청와대 홈페이지의 초기화면에는 [정직한 손]이라는 메뉴가 보인다. 나는 이런 것을 일일이 들추어 볼만큼 한가한 시간여유가 없다. 그래서 그 내용을 모른다. 그러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정직]이란 말이 나오니까 웃음부터 나왔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노무현씨 주변)에는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 웃음의 근원이 된 사연을 여기 밝혀 두고자 한다.
죽기 전에 꼭.
내가 지난 5월 30일에 남산의 대한적십자사(본사) 민원창구에서 확인한 바로는 이산가족 상봉 내역이 다음과 같았다. * 2004년말 현재.
∩ 상봉신청자 : 12만 4천명
∩ 상봉횟수 : 10회
∩ 상봉자 : 1148명
이 자료를 근거로 조선일보에 글을 보냈더니 6월 24일자 A33면에 실렸다. 그 글 중에서 핵심적인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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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적십자사에 물어보니 이산가족 상봉신청자가 5월 현재 약 12만4000여명이며, 5년 동안 상봉한 남측 인원은 겨우 1148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작년 7월 이후 지금까지는 상봉이 중단된 상태다. 장장 5년 동안, 신청자의 겨우 124분의 1 정도가 뜻을 이루었는데, 이것을 어찌 ‘민족 화해의 성공적 사례’라고 보고 경축할 수 있겠는가?---
이 기사를 청와대 비서실에서 보았는가 보다.
8월 중순(15일 며칠 전 어느 날) "대통령 노무현"이란 이름으로 나와 아내에게 이산가족 문제에 대하여 해명하고 설득하려는 문구로 가득 찬 편지가 왔다. 아주 특별한 고급종이에 인쇄된 것인데, 물론 비서진 중에서 어느 글재주가 있는 분이 썼을 것이다.
거기에는 이산가족 상봉 자 숫자가 1만 명으로 되어 있었다.
너무나 이상하여 적십자사에 확인했더니, 상봉 행사 때 동행한 가족이나 친척들까지 포함한 숫자라는 것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산가족 상봉신청자 수는 12만 명으로 그냥 두고, 상봉이 실현된 사람 숫자 쪽만 가족이나 친척을 포함하여 부풀려 계산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속임수에 해당된다.
10,000 ÷ 1,148 ≒ 8.7
124,000 × 8.7 ≒ 1,078,800
이런 계산이 나오므로,
[상봉자 : 1만 명]을 우기려면
[상봉신청자 : 약 108만 명]으로 고쳐야 정직한 것이 아닐까?
이 문제가 난감했는지, 요즘의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서는
[남북이산가족 신청서 접수] 자리에 있어야 할 숫자를 아예 없애 버렸다. 청와대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만일 그렇다면, 노무현씨와 그 주변의 비서들은 국민을 깔본, 유치한 속임수를 쓴 셈이다.
그런데도 [정직]이란 단어를 홈피에서 애용하다니!
어느 비서가 써서 나에게 보냈을 그 편지를 노무현씨가 직접 보고 구두결재를 했든 서류 결재를 했든, 노씨 모르게 보낸 것이든, 노씨는 [정직]보다 [거짓] 쪽에 가까운 사람이 돼 버렸다. 나와 아내에게 보낸 똑 같은 두 통의 편지는 [대통령 노무현]으로 되어있었으니까.
이런 숫자 놀음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적십자사는,
홈페이지에 나온 상봉자(가족, 친척등 동반자 포함) 숫자인 9,977명의 명단과 주소 전화 번호를 아무에게나 보여 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보다 거짓이 1/100도, 1/1000도 안 되기 때문에 불멸의 나라가 될 것임을 우리 큰머슴 노씨가 하루 빨리 깨닫고 서투른 숫자장난이나 말재주를 부리지 않기 바란다.
아울러, 그 동안 ―지난 6월 중순 이후 ― 언론사에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산가족 상봉자 수 : 1 만 명]을 취소 처분하기 바란다.
지난 8월에 화상상봉한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아직 약 1천 500명도 안 된 상태]라고 사실대로 밝히기를 바란다.
결사적으로
[상봉자 : 1만 명]을 우기려면
[신청자 : 108만 명]이라고 고치던가.
***
상봉신청자가 겨우 12만 4천 명인 것조차 축소 발표한 숫자로 의심하는 이산가족들이 많음***
내 글이 조선일보에 게재된 다음, 대한적십자사 본사의 고위직과 말단직원들이 청와대나 통일부로부터 혹시 시달리지 않았는지 무척 궁금하다. 만일 그랬다면 안타깝고 미안한 일이다. //051014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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