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102/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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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기념일에 남한 조종사가 민간 글라이더를 타고 평양 ～ 서울 ～ 광주를 비행한다”는 뉴스가 나왔더군요.
웃기는 쇼라고 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남북한은 이 정도로 사이좋게 지낸다.”라는 것을 과시하고 선전하기 위한 철저한 쇼라고 봅니다. 남북화해와 교류의 핵심, 또는 최우선 과제는 이산가족 상봉이어야 마땅한 일 아닐까요?
노태우 대통령 때 나온 아래의 조선일보 사설을 통일부 장관인 이종석씨가 읽고 소감을 말하라고 하면, 이 사람, 뭐라고 말할까요?
자칭 타칭 민주투사인
김영상, 김대중, 노무현,
이 세 머슴이 남북한 화해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15년 동안 이루어낸 일이 대관절 무엇인가요?
겨우,
금강산에서 감옥의 죄수 아니면 포로수용소의 포로들 면회처럼 철저한 통제하에 잠깐 만나고, 게다가 보도통제까지 당하는 저 비참한 꼬락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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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이산가족 상봉)
* 1991. 12. 16. 조선일보 3면에서.
우리가 사는 한반도의 삶에서 가장 기막히고 야만적인 스캔들을 꼽자면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40년간의 가족이산｣이다. 눈을 뒤집고 전세계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하늘 아래 이런 경우가 또 없다.
그렇다. 한반도는 그래서 아직도 석기시대 수준보다도 낮은 반(反)문명의 삶터라고 비하해도 할말이 없다.
가족끼리 만나기는 고사하고 소식 한 편, 편지 한 장 주고받지 못하고, 죽을 날이 가까워 왔는데도 40년 전 헤어진 혈육한테 유언 한마디 남길 길이 없는 세상이, 20세기 대명(大明)천지에도 아직 남아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구사회 전체의 멸시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북한은 이제 ｢남북합의서｣도 마련되고 했으니 이제야말로 그 수치스러운 세계적 스캔들에 종지부를 찍자는 데 호응해 오기 바란다. 우리는 그래서 1차적으로 70세 이상 고령 이산세대의 만남을 지체없이 실현할 것을 우리 정부에 촉구하며 그것을 위해 북과 빠른 시일 안에 회담할 것을 요구한다.
70세가 너무 젊다면(?) 75세, 아니 처음에는 80세 이상이라도 좋다. 이들은 이제 많은 날을 앞에 두고 있지 않기에, 이들의 살아생전의 상봉을 주선해 주지 않으면 ｢이산가족 재회추진｣이란 그간의 일 자체가 참으로 허망한 것이 되고 만다.
북이 정 체제교란을 우려한다면 비무장지대에서 단기간만이라도 상봉하게 해도 좋다. 심지어는 황해 바다에 대현선박이라도 띄워서 그리로 데려다가 만나게 해도 나쁠 게 없다. 제3국으로 이쪽 가족이 경비일체를 부담하면서 초청해다가 만나게 할 수도 있다.
도대체 70세 75세 80세 된 노인들이 가족을 만난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체제교란이 된다는 것이며, 그렇게 해서 교란될 체제라면 그까짓 체제를 무슨 가치가 있어 갖고 산단 말인가.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한반도 사람 모두가 진실로 창피한 민족이 되고 만다.
지금 남북적십자 회담은 중단된 상태에 있는데, 우리는 우리 측이 순전히 고령자 우선 재회 안건(案件)만 가지고서 비상회담 제의를 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실천 방안에 있어서는 공연히 까다롭게 이것저것 한정하지 말고 과감한 방식으로 즉각 수행할 수 있게끔 정할 것을 아울러 요망한다. 도대체 살날이 얼마 안 남은 하얀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을 만나게 해 주는 일이 무엇이 그렇게 무서워서 벌벌 떨며 인색하게 굴 것인가. 정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20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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