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시절부터 대통령 꿈을 꿔온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마침내 대통령임기를 시작한다. 못 말리는 대통령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개혁 바람을 일으킨다.
공직자 재산공개, 하나회 해체, 비리공직자의 숙청과 금융실명제의 실시 등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YS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배터리를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심지어 YS는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 등 기초질서위반사범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범칙금을 부과해 사회정풍 바람도 일으킨다.
YS는 글자그대로 대한민국을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로 만들고 있었다.
YS의 개혁과 정풍 바람은 시원했지만 먼지도 몰고 왔다. 끊이지 않는 대형사건사고 발생은 사회 불안을 부추겼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참사,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 등 대형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특히 북한 핵문제과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쌀 수입 개방문제는 국정운영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 4월 21일에는 대쪽 총리 이회창은 국무총리의 권한을 주장하다가 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다.
그렇게 1994년은 YS에게는 위기의 해였으며 국민들은 YS정권에 더 이상 신뢰를 주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화끈한 것을 찾던 YS는 1994년 11월 아태 3개국 순방길에서 이른바 ‘세계화’ 구상을 발표한다. 워낙 ‘깜짝 쇼’를 좋아하던 YS는 본인도 이해 못하는 ‘세계화’ 발표로 국정 혼란과 위기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결국 준비되지 않는 세계화는 IMF라는 국가 환란을 불러왔으며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만 안겨주고 말았다.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천명했다. MB의 녹색성장론은 YS의 세계화 카드와 그림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은 것이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국정돌파구를 경제적 수사를 통해 찾으려는 일종의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정치의 답을 경제에서 찾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 MB로서는 새로운 경제모델과 비전제시가 시급했을 것이다. 그렇게 허겁지급 청와대 골방에서 머리 맞대고 만든 것이 ‘녹색성장론’인가 싶다.
MB가 느닷없이 녹색성장론을 들고 나온 것은 호랑이가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르면서 호랑이 잡겠다고 설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정치적 배경을 갖고 국가발전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위험천만하다. MB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녹색성장론은 경제정책에 무리수를 두게 만들 것이고, 우리 경제에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켜 경제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
MB의 녹색성장론의 문제점은 또 있다.
DJ의 벤처, 노무현 정권의 IT, BT는 제대로 된 것 하나 없이 정치적 입김으로 경제풍선을 불려고 했던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 경제를 후퇴시켰고 선진국 진입을 더디게 만들었다.
국가발전 전략은 일개 정권이 방학숙제처럼 특정시기에 뚝딱 해치우는 과제가 아니다. 변화무쌍한 국제환경 속에서 수십 년을 내다보고 정책과 비전의 연속성이 있어야 성공한다.
그런데 국가지도자들은 집권과 동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업적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前정권과 차별화되는 것들만 찾게 되고 결국은 어느 것도 성공한 것 없이 국가발전전략은 시도만하다가 임기종료와 함께 중단되는 일을 반복한다.
벤처, IT, BT는 아직도 진행 중인 국가발전 전략들이다. 이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목말라하고 있다. 정권만 들어서면 국가발전전략을 부침개 뒤집듯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난에서 벗어나 효과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박정희 시절 (비록 장기집권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었지만)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같은 일관성과 추진성이 - 선택과 집중 -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마지막으로 녹색성장론의 문제점은 ‘개념이 없다’라는 말로 압축된다.
MB의 녹색성장론 뚜껑을 열어보면 안에 아무것도 없다. MB도 모르고 국민도 모르는 국가발전 전략이다. 휘발유 자동차에 하이브리드 엔진만 단다고 그 차가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동차의 모든 구조와 기능이 하이브리드에 맞게 디자인되고 제작되어야 하이브리드 엔진이 작동하고 차가 굴러간다.
녹색성장론은 국내산업구조, 국내소비구조의 개편, 국제경제질서의 방향전환과 같은 거시적인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 국가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협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녹색성장은 단지 환경시민단체들의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도쿄의정서만 해도 미국의 입장이 그와 많이 다르고 선진국과 중진국간의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의 한 축인 중국과 같이 급속성장을 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녹색성장에 고개를 끄떡이지만 몸은 환경보다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B의 녹색성장론은 비전의 당위성보다는 실현성과 방법론적 구체성이 없는 개념 없는 정치적 카드에 불과하다. 5년짜리 정권의 생존전략과 100년 대계의 국가발전 전략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들은 그와 같은 우(愚)를 범한 아픈 기억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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