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가 트리폴리를 제외한 전 지역을 장악하고 벵가지에선 과도정부까지 수립했다니까 말이다.

그런 카다피가 자신의 처자식들을 오스트리아로 피신시키고, 트리폴리 길거리의 소년들에게 총을 지급하여 무장시켜서 시위대에 맞서게 했다고 한다.

참으로 젊은 시절 날카롭고 강렬한 장교 인상을 지우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스스로 비굴함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코메디임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그저 자신의 판단이 완전무결하다는 생각에 젖어 사는 나르시스트 같은 모습이 초췌하기 그지 없다.

하긴 약관인 20대에 천하를 손에 쥐었으니, 자기 잘난 맛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음직도 하다.

소년병이라고 하니까 생각나는 게 히틀러의 유겐트다.

베를린 함락 직전에 마지막으로 소련군 탱크 앞에 들이민 유겐트 소년병들 말이다.

그들은 히틀러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주입시키기 쉬운데다 오로지 충성 밖에 모르도록 양성된 소년들이었다.

마치 마약으로 청소년을 홀려서 충성스런 암살자를 양성했던 중동의 아세신 이야기처럼, 독재자에 대한 충성에 대한 우월적 처우로 인하여 스스로 신성한 살인병기로 거듭나길 선택한 소년들.

또 하나의 살인적 광기의 소년들이 있었다.

모택동의 문화혁명에 광기를 부린 청소년들 말이다.

어쩌면 10대의 범죄가 가장 잔인하다고들 하는데, 이는 요즈음만의 현상은 아니다.

예전부터 원래 그랬기에 가장 이용하기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개도국의 반군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모병 대상이 소년이라고 하지 않던가.

리비아의 카다피가 소총을 지급한 소년들이 그런 아이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히틀러가 베를린 함락을 앞두고 유겐트를 전장에 내보낸 것과 너무 흡사하다.

아마도 카다피에게 남은 선택이 자살 밖에 없을 것이란 외신보도 때문에 자살한 히틀러의 소년병이 생각났는지 모르지만, 왠지 카다피가 스스로 최후의 발악임을 알리는 행위로 밖에 안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의 김정일의 경우에도 소년병의 등장 시기를 잣대로 지켜보는 방법도 괜찮겠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