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보도 `일파만파`..정부 도대체 뭐했나
[edaily 조용만기자] AP통신이 김선일씨 피랍 후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이달초 피랍 여부를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다고 밝혀 정부대응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납치시점이 당초 6월17일이 아닌 5월31일 전후로 드러났고, 6월초 자국민의 피랍 여부를 문의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참수협박이 오기까지 사실상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여론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협상여지, 과연 없었나반기문 외교부장관은 그간의 정황으로 판단할 때 김씨를 납치한 무장세력이 처음부터 살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펴왔다.
무장세력이 20일 참수협박 내용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고, 24시간내에 추가파병 철회 및 기존병력의 철군을 요구한 대목에 주목한 것. 협상을 통해 파병철회 등의 목적을 이루기 보다는 김씨를 무참하게 살해함으로써 미국 주축의 동맹군에 공포심과 균열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정부가 피랍사실을 인지하기 3주전인 5월말 납치됐고, 6월초 무장세력이 김씨 이름과 국적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AP통신에 전달한 것이 확인됨으로써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직무유기 가능성에 비난 시선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국정부의 파병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테러범들이 교민을 인질로 잡고, 하루만에 파병을 철회하라고 요구함으로써 협상여지가 많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설득력을 잃게 됐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피랍사실을 알고도 주이라크 대사관에 이를 알리지 않은 정황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납치살해가 잇따르고 있는 현지 상황속에서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대사관이 60여명에 불과한 현지교민중 한명이 3주이상 연락이 두절됐는데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사관외에 가나무역 관계자 등은 김씨가 5월말 피납됐다는 정황을 인식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무장세력이 6월초 AP측에 김씨 인터뷰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낸 것은 협상을 위한 수순으로 읽혀진다. AP텔레비전뉴스는 이달초 김선일씨가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를 배달받고, 6월 첫째주 외교통상부에 김씨의 피랍여부를 문의했지만 우리정부는 한국인 납치 사실을 듣지 못했다는 답변을 했다.
이후 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섰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20일 참수협박 공개후에야 김씨 피랍을 인지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계속되는 뒷북..국민 공분, 책임논란 불가피오무전기 근로자와 목사일행 등 이라크내에서 수차례 피습, 납치사건이 있었던 상황에서 이같은 문의를 받았다면 AP측을 통해 테이프를 입수해 사실여부 확인에 나서는 것은 상식적인 조치다. 당시 피랍사실을 확인하고 구출노력과 협상에 나섰더라면, 20일 인지 후 협상다운 협상도 해보지 못하고 하룻만에 참극을 맞은 것보다는 나은 결과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라크 무장세력이 김씨 인터뷰 테이프를 보내고 한국측 반응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국내에서는 파병을 위한 막바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 등과 만나 파병협조를 요청했고, 6월17일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추가파병안에 동의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정부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개최, 추가파병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이라크내 무장세력은 정부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24시간내에 파병철회 및 철군을 하지 않으면 참수하겠다는 공개협박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둘러 현지대책반을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기를 놓친 긴급대응은 결국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이번에도 외교부는 AP측의 김씨 인터뷰와 피랍여부 문의사실 보도 후 부랴부랴 사실확인에 나서는 등 사태를 주도하기 보다는 뒷북치기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우선 AP텔레비전뉴스가 외교부본부에 문의했는지, 주이라크 대사관에 문의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중이며, 사실여부가 확인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AP측 문의내용이 실무선에서 묵살됐는지, 아니면 외교부 보고라인을 거쳐 어느 선까지 보고됐고, 외교부가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느냐에 따라 파병을 위한 은폐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초기대응뿐 아니라 자국민 보호노력 자체를 소홀히 했고, 관련직무를 유기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국민적 분노와 함께 관련자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선일씨 피살 이후 대통령이 외교부를 방문, 관계자를 격려하는 상황을 보면서 정부의 상황판단이나 정보분석능력에 회의적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자국민이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 살해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도 모른 채 정부가 파병에 전력해온 사실은 파병불가 논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한 정치권내 논란과 책임공방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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