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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여당 실세인데 한달 후원금 34만원"

[조선일보 2004.09.03 17:23:44]

[조선일보 안용균 기자]열린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여당의 실세 재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4·15 총선 직후부터 8월 23일까지 여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다. 그런 김 의원이 지난 6월과 7월에 걷은 후원금은 모두 100여만원. 지난 7월에는 34만원의 후원금만 입금됐다고 한다. 2000년 이후 한 달 모금액으로는 개인 사상 최저액이다.

김 의원측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여당 대표 비서실장이라는 직함만으로도 1억원을 훌쩍 넘는 기업 후원금이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측은 지금같은 추세라면 올 한 해 통틀어 후원금 총액이 600만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여름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한 김 의원은 ‘별 볼일 없는’ 야당 초선 시절에도 1년에 1억원 정도는 모금했다고 한다. 후원회 행사 한 번만 열면 그 정도는 걷혔다는 것이다. 1억원이면 당시 전체 의원 평균(2억600만원)의 절반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후원금이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김 의원만 이런 게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개혁 선명성 경쟁을 하며 통과시킨 정치자금법이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자금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후원행사도 불법이고, 기업의 후원금도 금지된다. 개인 후원금도 30만원 이상이 되면 후원자의 신상정보를 모두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게다가 지난 대선자금 수사로 사회에 정치자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게 의원들 얘기다.

김 의원측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약 300만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운전을 직접하는데도 이렇다고 한다. 김 의원측은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지난해 걷은 후원금도 바닥날 텐데 그 이후 대책이 막막하다”고 했다.

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둘 중 하나의 선택 앞에 놓이는 의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는 ‘가난한 정치’에 자신을 맞춰가는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유혹’에 넘어가는 길이다.

(안용균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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