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동) 호주제가 폐지되면...[6]
* 호주제가 폐지되면
삶의 틀이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 졌고 또 어느 틀이 이 지역에선 불편이 없으나 저 지역엔 불편할 수 있어 꼭 어느 것이 전인류에게 정답으로 매겨질 수도 없음이 정답이 아니겠는가.
어느 틀이 그 지역에서 오랜 세월 그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불편 없이 쓰여 왔음은 이미 어느 時点의 정부도 利不利를 위해 마음대로 뜯어고쳐서는 안 될 하늘의 뜻과 같은 엄연함이 그 안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治者가 百姓을 다스리기 위해 局限된 部分의 誤謬 쯤은 용서되고 醫者가 劇藥處方으로 生命을 求하듯이 말이다.
한데 요즘 戶主制 廢止를 놓고 甲論乙駁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거기엔 이 나라의 바람직한 장래를 위한 부분은 아니 보이고 不條理를 合理化하려는 彌縫策에 마음들을 주고 있으니 실로 한심한 노릇이다.
離婚을 전제한 논쟁은 이혼을 장려하는 뜻과 무엇이 다르며 삶에 흠이 있는 자가 어찌 흠이 없는 자와 同格으로 살려면 그만한 아픔을 겪는 게 가장 공평한 원리가 아니겠는가. 아무런 忍苦없이 同等에 놓여지면 흠에 대한 가책을 누가 느끼며 누구나 임시 편리한대로 마구 저지르는 잘못은 어떻게 수용하려 하는지 그 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데려간 자식이 제대로 자라길 원했다면 그 자식을 잉태했을 때의 본심으로 돌아가 그 자식의 사후관리까지 비뚤지 않게 해주어야 그 도리를 다함이지 자기 영달을 위해 재혼해서 함부로 굴려서야 어찌 부모란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있겠오.
忍耐란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인내라 하였오. 그들이 과연 낳은 자식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참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그것을 밝혀보면 잘못된 것은 호주제도가 아니라 이혼라고 거기에서 파생된 자녀의 姓을 의붓애비 성을 붙여주기 위해 이 제도를 고쳐서는 안 될 것이요.
그것은 본질을 왜곡하고 바르지 못한 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함인데 그 몇 사람을 위해 법을 바꾼다면 이후에 다시 이 사회가 정화되고 정의로워져 이혼이 없는 세상이 오면 그때는 또 어떤 법을 어떻게 고치자 할 것인가.
첫 번째 이혼할 때 100이라는 힘을 들이면 두 번째는 50이라는 힘밖에 안 들며 그렇게 자꾸 쉬워지는 이혼을 몇 번쯤 하다보면 그 자녀들은 성이 몇 개쯤 될 텐데 그 때 그 아이는 성이 한 개인 정상적인 아이를 어떤 눈으로 보며 성이 여러 개인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봤으며 과연 그 아이가 정서가 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보는지를 묻고 싶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라는 말은 그래도 인간은 미물과 무엇이 달라야 하며 그 다름을 인간사회의 틀로 보호해 주는 것인즉 인간답지 못함을 법으로 보장받고 싶어 하는 그들이 어찌 인간대열에 있는지 모르겠다.
자녀를 위해 자기희생을 거부하는 이는 이미 부모자격을 상실했으니 어느 정도의 社會의 疾視쯤은 각오하며 사는 것이 마땅하며 그것을 본보기로 이혼을 막아감이 인간이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東方禮義之國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음이 한없이 서글프고 창피한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가방 끈 길고 먹물 꽤나 들어있는 지도층 인사들이여 우선해야 할 것은 사회 정의 구현이지 인기 영합이나 편파적 이기주의를 편드는 게 아니오.
숫자가 많아도 틀린 논리일 수 있고 적어도 바른 논리일 수 있음은 민주주의 위에 있는 정의라는 이름의 올바름이오. 정치집단이야 표만 많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들이고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학자들이야 옳고 그름을 분명히 밝혀 이 정도 사안이면 국민 투표라도 하는 게 아닌지?
그냥 국회 같은데 맡겨두면 바른 답을 구하기는 어렵겠고 졸속한 결론에 정의가 패배하는 아픔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소.
‘一口二言은 二父之子’라 했소. 애비가 몇 쯤 되니 아무렇게나 말해고 탓할 바 못되는 세상이고 보면 그 사회가 오죽이나 불안하겠소.
이 땅에서 길이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이혼 없는 사회를 위한 묘수를 찾는 것이오.
호주라는 자리는 누가 해도 해야 할 자리요. 형편에 따라 자식이 어리면 어머니가 섭정(攝政)을 하면 될 것이고, 호주의 성이 뒤바뀌면 家統이 엉망이 되어 누구네의 집안인지 혼란이 엄청나며 이름난 조상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 수가 없으니 그러한 짐승의 족보 같은 현실을 어떻게 정리해서 미풍양속을 전할 것인가?
어떤 집단이든 장이 없으면 그 단체가 온전할 수 없음이 이 사회 구성의 요체일 것이오.
그렇게 책임자의 자리가 눈에 가시 같다면 우리는 왜 대통령이나 단체의 장을 뽑거나 임명해야 하는가를 설명해 보시라.
외국에선 여자가 결혼하면 무조건 남편의 성을 따르기에 이런 논쟁의 불시가 없겠으나 끝까지 자기성을 갖고 사는 우리 풍토가 미담으로 승화되지는 못하고 사회의 기틀을 송두리째 흔드는 도화선이 되었으니…….
어허 이즈음 정의와 진실은 어디서 낮잠에 취해 계시는고.
(포천예총회장 김 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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