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독립신문> 설문조사 결과 보도를 읽고
글쓴이 : 청천무사
지난 4월 3일 인터넷 독립신문의 장충체육관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층 유권자들 사이에 흐르는 바닥 민심의 현주소가 거의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는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외교 강경 발언에 힙입어 현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수도분할법 통과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예상 외로 추락하고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급락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창간 85주년을 맞아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가 여전히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도 이전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국민 지지도 면에서 약진하는 현상이나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는 오히려 고 전 총리를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하는 현상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은 국정 관리, 비전 제시 능력, 전문성 등 대통령의 자질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단연 선두를 질주했다.
물론 이번 독립신문의 여론조사가 보수층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한계와 40대 이하 세대의 참여율이 낮다는 점에서 국민 전체 의사를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현재 40대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와 진보, 중도가 각각 30%대의 비율로 거의 같다는 점과 20, 30대의 유권자 성향이 여전히 진보 내지 중도에 치우쳐 있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표심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20,30대의 정치 참여율이 관행적으로 낮고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처럼 월드컵 신드롬과 인터넷 붐에 편승해 '비정상적'인 참여를 보일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들에게서 건질 표가 별로 없는 셈이다. 더구나 깨끗하고 도덕적이며 정직한 '개혁진보' 정치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가 기존의 정치 질서와는 다른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인사청탁이나 뇌물수수,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불법과 비리로 구태를 답습하거나 더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저조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보수우익 지지층 가운데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는 60대 이상의 노년층 대부분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것으로 그동안 막연히 인식돼 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로 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치인 박근혜를 분리하여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이다. 이는 말할 필요조차 없이 공정거래법, 신문법 등 시장경제와 언론 자유에 관계된 것부터 호주제, 수도분할법, 국보법, 대북외교 등 국가 정체성과 근간에 관계되는 문제까지 보수우익의 기본 노선과는 상관 없는 길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식' 행보 때문임은 자명하다.
보수우익 성향의 유권자는 물론 일반국민 가운데서도 박근혜를 더 이상 한 국가를 이끌어 갈 지도자 후보로서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박 대표가 선친에 대한 존경심으로 영애를 지지하는 일부 참전용사들과 몇 백명의 팬클럽 회원들에 둘러싸여 정치적 위안을 삼는 것은 개인적인 안정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실제로 대통령이 되거나 차기 대선에서 보수우익이 정권을 탈환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표는 그들만이 아니라 유권자 전체가 하는 것이고 우파 대통령은 보수우익 지지층이 후보를 신뢰하고 집중투표할 때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는 개인적 목표보다 우파의 정권 탈환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면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 소속 의원들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수용하고 당원들의 재신임을 얻어 대선까지 관리형 대표로서 역할을 다하거나,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여 백의종군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애국이 될 것이다. 박근혜가 대표로 버티는 한나라당은 수도분할법 폐지법안 발의는 물론 수도분할 반대 범국민운동도, 야성을 찾은 야당으로서 과감한 대여투쟁도 전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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