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지만원
Subject
돈 정신 Vs. 신용 정신
한국인들의 DNA, 천민자본주의 의식
얼마 전 모 유력 일간지 광고국이 A라는 사회단체로부터 외상 광고비를 받아내려고 A단체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B단체의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준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대한민국 1급 일간지가, 겨우 몇 백만 원 때문에 이름을 더럽힌 것이다.
이런 사실로 몇 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신문사에 동정적인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이 나왔다,
“신문사도 영업을 합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에 어느 날, 어느 지면에 광고를 내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2,000만원을 주겠으니 그 날자 그 면을 달라는 데가 있으면 부득이 약속을 어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 난리가 납니다. 이런 건 좀 이해를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 말이 여러 사람들의 귀에는 그다지 거스르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신문사도 영업을 하는 기업체이고, 기업이면 이윤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고정관념이 의식 속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문명사회에서는 돈보다 명예가 더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제1급 신문사가 돈 천만 원 때문에 약속을 어기면 대한민국은 문명사회가 아닙니다."
"4년 전 저는 어느 일본 언론인으로부터 ‘코제’ 화장품 회사가 제작한 비누를 하나 받았는데 그 비누는 치약처럼 짜서 쓰는 것이었습니다. 귀지만큼 조금 짜서 써도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그 회사는 데밍상 수상자 업체이며 국제 최고수준의 기업입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소매점에서 ‘코제’ 제품의 립스틱 한 개를 주문했습니다. 한국회사 같으면 어떻게 할까요? 송료가 비사서 수지맞지 않는다며 거절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예나 지금이나 외국으로부터 오는 소량주문을 모두 거절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유통비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코제 화장품은 달랐습니다. 사원이 직접 립스틱을 포함한 코제 제품들을 여러개 들고 먼 곳에 있는 소매점으로 갔습니다. 주문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다른 상품들을 소개해고 돌아왔습니다."
"가깝게 계산을 하면 이는 바보 같은 행동이지만, 멀리 계산하면 이는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세우는 일입니다. 광고는 이런 일을 통해 자연적으로 이루어 져야 합니다. 이런 일은 하지 않고 신문-방송에 광고하는 것은 사기입니다.”
“한국인이 일본의 조그만 지방마을에 있는 온천장에 이틀간 예약을 했습니다. 첫날은 즐겁게 보냈지만 그 다음날은 골프가 치고 싶어졌습니다. 온천장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한국 호텔이라면 이틀간의 예약사실을 들먹이며 싫은 말을 했겠지만, 일본 종업원의 태도는 정반대였습니다. 손님 뜻을 존중한다며 친절하게 택시를 불러 짐까지 실어주었습니다."
"한참 가다보니 허리띠를 두고 왔습니다. 그 허리띠는 오래 전에 미국에서 10달러에 산 것이지만 일본에서 다시 사려면 꽤 비싼 것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려니 이미 택시 메타기에는 100달러나 올라가 있었습니다. 되돌아가려면 왕복 200달러에, 두 시간이나 손해를 보아야 했습니다. 그는 벨트를 포기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골프장에 도착해 보니 그 허리띠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쪽지에 간단한 메모도 적혀 있었습니다."
"미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즐거운 시간 가지시고, 다음에 다시 오시면 더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 그 한국인은 완전히 감동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본인들 때문에 최근 미국의 어느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72% 이상이 일본인을 신뢰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1955년 소니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아키오모리타씨가 이 라디오를 팔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당시 세계적인 새로운 제품은 대부분 미국에서 발명되었고 생산되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매우 경시했습니다. 소니사의 라디오 역시 미국의 유통망에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부로바사가 20만개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주문해 왔습니다. 라디오에 브로바 이름을 새겨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이 20만개의 주문은 소니사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요 엄청난 횡재였습니다. 모리다씨는 본사에 이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본사에서는 즉시 주문을 수락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리타씨는 하루밤을 꼬박 새워 이를 거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눈이 둥그레진 브로바사 중역이 말했습니다. '브로바사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소니사 제품에 브로바 로고를 넣는 것이 얼마나 횡재인지 아십니까?' 모리다씨가 당당히 말했습니다. '브로바사도 50년전에는 우리 소니사와 같은 처지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브로바사가 50년만에 오늘과 같은 기업을 일으켰다면 앞으로 50년후에 우리 소니사도 브로바사 만큼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소니사 제품은 소니의 이름으로만 팔릴 것입니다.' 결국 모리타씨는 장래의 이미지를 위해 엄청난 액수의 단기 이익을 포기했습니다. 그후 40년이 지난 지금 이 두개 회사의 프로필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제1급 일간지 광고국의 사고방식과 한번 견주어 보십시오. 한국의 모든 경제학자, 경영학자들의 거의 100%가 아마도 기업의 최고 가치가 이윤극대화라고 가르칠 것입니다. 어설픈 이런 지식인들 때문에 한국사회가 천민자본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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