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부추연의 사법부비난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사설] 진실 규명도 화해에도 도움 안된 명단 공개
[사설] 진실 규명도 화해에도 도움 안된 명단 공개 [중앙일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유죄판결을 한 판사 49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특별조치로서, 일체의 개헌 관련 집회나 논의를 금지하는 등 정권유지에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과거사위가 이런 악법에 의한 피해자의 명예 회복이나 진상 규명에 나섰다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위가 판사 전원의 명단을 발표한 것은 '진실 규명'에도 '화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재판이든 담당 판사의 이름은 공개돼 있다. 알려고만 한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사위는 굳이 긴급조치에 관여한 판사의 명단을 수집해 공개했다.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30년 전 당시의 실정법에 따라 재판한 판사들을 유신 독재에 협력했다는 낙인을 찍고 집단으로 망신을 주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관들이 현행법에 의거한 재판이 아니라 '개인적 양심과 소신'에 따른 재판을 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이는 법적 안정성이란 헌법적 원리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명단을 발표하기까지 과거사위가 보인 행태도 문제다. 명단은 대통령에게 보고되기도 전에 특정 언론에 유출됐다. 명단 공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명단 공개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고의로 흘린 건 아닌지 의문이다.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사안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만 달랑 내놓고 질문도 받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오만한 태도인가. 그 배경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15명의 위원 중 9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면서도 참석위원의 명단을 밝히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긴급조치 재판 관련 판사들의 명단은 공개하면서 자신들은 익명의 그늘에 숨겠다는 것인가.
과거사위가 정치적 세(勢)몰이나 편 가르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진실을 규명하되 미래와 화해하는 방향으로 가라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게 되면 과거사위는 정략적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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