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자리 가지고 장난치는 맹바기
맹바기가 경선과 대선 기간 동안 내세우고
자랑한 게 자기는 정치인이 아니고 기업인이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자기는 썩고 병들은 여의도를
떠나 탈여의도 정치를 하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 말이
얼마나 허구인 줄도 모르고 우리 국민들 중에는 속은 이도
참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맹바기는 한국 정치인을 썩고 병들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대선 기간 대충 밝혀진 땅투기나 위장전입, 그리고
자녀들 위장취업과 투자자들 돈 빼돌린 BBK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정치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선거법을 어겨
국회의원직이 날아간 범법자이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의 부패를
말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나는 요 며칠 그가 하는 행태를 보며 맹바기야말로
진짜 더러운 정치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면 총리직은 어떤 사람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은 벌써 있었을 것이다. 정치인이면 정치인, 기업인이면 기업인,
아니면 학계라면 학계, 이런 식으로 큰 테두리의 아웃라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총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어제 아침에는 박근혜라
했다가 어제 점심때는 심대평이라 했다가 어제 저녁때는 이경숙이라 했다가
오늘 아침에는 정몽준이라 했다가 오늘 점심때는 정운찬이라는 했다가 오늘
저녁때는 손병두라는 것이다.
이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의 측근이라는 사람들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고
지금 온갖 권력을 다 쥐고 있다는 인수위라는 곳에서 나오는 소리다.
좋다, 권력을 쥔 김에 폼 한번 잡아보는 것으로 이해하자. 그러나 박근혜와
심대평은 왜 들먹이는 것인가. 박근혜는 구랍 맹박기와의 회담에서 이미 총리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가 어디 맹바기처럼 말 바꾸기를 하는 사람인가.
그의 목적이 어디 있든 그렇게 말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데도 박근혜를 들먹이며 장난질을 한다. 주지도 않을 것이고,
또 받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장난질을 하는 것이다.
심대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선 때 이미 맹바기와 결별을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회창이와 손잡고 맹바기를 공격하면서 대선을 치룬 사람이다.
이런 사람한테 맹바기가 총리자리를 줄 리가 없다. 그리고 설사 준다해도
심대평이 미쳤거나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받을 리도 없다.
이미 적군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그가 맹바기 정부에서 무슨 힘을 쓸
것인가. 걸핏하면 죄오 빵호 이런 자에게 공격을 당할 것이고 눈치만 보다가
세월 다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 이 마당에 이회창을 배신하고 맹바기 밑으로 들어간다면
총리자리에 눈이 멀었니 어쩌니 하면서 언론은 아마 적어도 일주일은
두드려팰 것이다. 그런 중에 임명은 없었던 일로 되기 십상이다.
그걸 알면서 심대평이 총리자리를 받을 것인가. 결국 이것 역시 주지도 않을
것이고 받지도 않을 경우인 것이다.
그런데 맹바기는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총리자리를 가지고 근혜를 주네
대평이를 주네 하면서 장난질을 해댄다. 이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가 이미 안 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그를 들먹이는 것은 급한 김에
동반자 어쩌고 한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도 지는 모습을 보이며, 한편으로는
자신은 도량이 넓고 근혜는 째째하다는 이미지를 심어놓으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더 정치적인 꿍꿍이는 이렇게 세상의 이목을 흐려놓으며
한나라당 공천을 뒤로 미루려는 것일 터이고, 나아가 공천에서 박근혜의
입김을 배제시키자는 것일 터이다.
심대평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맹바기 자신의 도량을 자랑하고, 장차는 4월
총선에서 자신의 강력한 적군이 될 이회창의 힘을 빼놓자는 것일 터이다.
이쯤되면 이것은 단지 정치 게임 정도가 아니라 더러운 정치 작태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맹바기는 탈 여의도 어쩌고 하면서 정치계의 구태와는
절연을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자신이 더러운 구태 정치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맹바기씨, 나 부탁 하나 합시다.
제발 언행을 똑바로 하고, 또 자신이 한 언행대로 사는 그런
대통령이 좀 돼 주시오. 운하 그거 안 파도 좋으니 제발 이것만은
부탁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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