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토) 발생한 중국 쓰촨성 지진은 9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대지진의 쓰라린 기억을 되살렸다. 그때도 쓰촨성에서 불과 4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총 사망자수는 지금까지 200여 명으로 집계됐으며, 중국 정부는 다시 한번 대대적인 구조 및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서 대중의 반응은 지난 번과는 사뭇 달랐다. 중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우선, 국영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금이 줄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당국의 공식 성명과 호소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신임 지도자 시진핑과 리커창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2008년 대지진 때만 하더라도 국영 언론에서 기부를 호소하는 보도가 나가자 그 즉시 기부 물결이 이어졌다. 지진 발생 후 초반에는 정부의 대응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이어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중의 분노가 일었다. 부실하게 지어진 학교 건물들이 붕괴되면서 5,000명 이상의 학생이 목숨을 잃은 반면, 정부 부처 건물에 있던 공무원들은 모두 생존했다. 그런가하면 구호 예산 중 상당 부분이 증발했다. 생존자들이 계속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당국은 재건 사업으로 배를 불렸다.

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2009년 이후 더욱 급속도로 추락했다. 마이크로블로깅의 도래와 함께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새로운 장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그후 2011년 원저우에서 발생한 고속 열차 충돌 사고가 분수령이 됐다. 구조 작업이 철수하고 나서 2살짜리 여자 아이가 잔해 속에서 산 채로 발견된 것. 리우 지준 전 철도부 부장은 현재 2억5,000만 달러의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11년에도 스캔들이 터졌다. 국영 중국적십자회의 관리자라고 밝힌 한 젊은 여성이 인터넷에 자신의 마세라티 스포츠카를 과시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 사건은 베이징에서 헌혈 부족 사태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기부금 감소를 우려한 자선단체들이 중국적십자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잇단 식품 안전 스캔들과 수질 오염 및 공해으로 인해, 기업 규제 및 공중 보건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능력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갔다. 가짜 분유 파동이 발생한 지 5년이 흐른 지금도 중국의 부모들 사이에서는 수입 분유를 구매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오염 발생 주체에 대한 분노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중국 정부는 시위 주도자를 구속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의 이미지에 가장 큰 먹칠을 한 건 다름아닌 온갖 거짓말과 은폐 행위다. 지난 달 상하이의 강 여러 곳에서 돼지 사체 수천 구가 발견된 데 이어 최근에 신종 조류 독감이 나돌자 정부가 이 둘의 연관성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기 시작했다. 2003년에도 사스 은폐 사건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심지어 리커창 중국 총리조차 베이징에서 작성한 경제 통계치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시인한 바 있다.

투명성과 책무성 제고에 힘을 쏟기는커녕 중국 공산당은 무너진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선전에 더욱 열을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서기장으로서 가장 먼저 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부패 척결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캠페인은 주로 당 내에서 권력을 상실한 관료들을 겨냥한 한 것이어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공산당이 경찰은 물론 사법부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만큼 권력을 쥐고 있는 인사들은 단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지난달 말에는 정부 관리들의 자산 공개를 촉구한 사회운동가 4명이 구속됐다.

중국 지도자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대응 방식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부패 척결 운동을 이끌고 있는 공산당정치국 회원 왕치산은 지난해 동료 정치인들에게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1856년 작 ‘구체제와 혁명(원제: The Old Regime and the Revolution)’을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프랑스 군주제가 집권층의 권력 독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정당성을 잃게 된 것을 주제로 한 책이다. 그후 이 책은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가 하면 대중 토론에서 인기 주제로 떠올랐다.

삼십 년 간의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치 개혁은 거의 없었던 중국은 토크빌이 묘사한 1789년 이전의 프랑스와 유사한 사회적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번 쓰촨성 지진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변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갈망이 계속 쌓여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