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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장관을 위한 輓詞(만사)

이영민(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간사 ･ 월간 한국논단 객원기자)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을 가진 분들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해할 수 있지만 그건 그분들의 개인적 견해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이들이 불평불만한다고 해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노무현 정부가 이른바 ‘국방개혁안’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감군안을 발표했을 때 재향군인회 ･ 성우회･ 해병대전우회를 비롯한 예비역 단체들은 크게 반발했고 이에 대해
당시 감군안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윤광웅 국방장관은 신동아 작년 10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반박했다. 그에게는 남한만의 일방적 감군이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후폭풍을 염려하여 감군에 반대했던 예비역 선배들의 우국충정이 한갓 ‘노망난 늙은이들의 잔소리’ 정도로만 들렸을까. 그는 창군과 6. 25 전쟁, 월남전 참전 등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걸음마도 떼지 못했던 어린아이 같았던 우리 국군을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성장시키는데 평생을 바쳤던 군 원로들의 충고를 “일본군 출신 선배들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간단히 평가절하해 버렸다.

윤 장관은 시종일관 개혁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그는 지금까지 도대체 어떤 개혁을 했단 말인가. 그의 국방장관 취임이후 논산 훈련소 인분사건을 비롯하여 GP 총기난사사건, 탈영병 자살사건, 강원도 해안초소 총기탈취사건 등 사흘이 멀다하고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터졌고 최근에도 경남 창원에서 군 트럭이 뒤집혀 운전병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GP 총기난사사건 당시 국방장관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했으나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부결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어이없게도 그에 대한 국무위원 해임안을 제출하여 부결되는 바람에 운좋게도 장관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윤광웅 장관의 전임 조영길 장관은 육군 갑종장교 출신으로 순전히 노 대통령의 학벌 콤플렉스 덕분에 임명되었으나 군 장악력에 허점을 보였고 군 행사시에 대통령에게 직접 우산을 받쳐주는 의전에 어긋난 행동으로 구설수에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NLL을 침범한 북괴 해군 함정에게 해군 작전사령관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사격을 가한 사건이 벌어지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 장관이 국회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되고 그 바람에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윤광웅 당시 대통령 국방보좌관이 국방장관에 임명이 되었던 것이다.

윤 장관은 대통령의 고교선배로서 전형적인 정실인사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한 관계로 해군 출신임에도 대통령의 힘을 업고 실세 장관으로 군림하였다. 특히 그는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의 사법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군 검찰의 국방장관 직속기구화를 단행해 버렸다.

당시 일부 지휘관들의 반발이 있기는 했으나 윤 장관은 이를 무시하고 사실상 군 검찰을 북괴군의 정치보위부같은 기구로 만들어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군 장성들을 대통령→국방장관→군검찰의 직속라인으로 하여금 비리수사라는 덤터기를 덮어씌워 제거할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 시범 케이스로 노무현 정권은 판공비를 관례적으로 부대원의 회식비로 전용한 대표적 엘리트 군인이던 신일순 육군 대장을 전격적으로 구속하였다가 석방한 후 강제예편시켰다. 이로써 대통령의 군 장악은 완료되었고 그것은 작년 가을 현 정권이 감군안을 발표하였을 때도 큰 힘을 발휘하였다.

이른바 ‘국방개혁안’이 발표된 직후인 작년 10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충남 계룡대를 방문하여 1박한 후 다음날인 22일 군의 주요 지휘관들을 초청하여 수행원들과 함께 골프라운딩과 오찬을 하였다. 당시 합참의장 ･ 3군 참모총장을 비롯하여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 기무사령관과 해병대사령관까지도 함께 한 이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통령이 사병으로서 병영문화를 체험한 만큼 군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많은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여정부만큼 국방에 실질적인 관심을 갖는 대통령도 없었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러나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해군 장병들의 추도식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는 대통령을 과연 군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도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이 부부동반으로 했던 국립묘지 참배를 혼자 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빨치산의 딸이던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이 국립묘지 참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부부동반으로 해외순방을 하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루 40억원 이상의 혈세를 물쓰듯 낭비하였고 심지어 부부가 쌍거풀 수술을 하고 한 달간이나 공식업무를 내팽개치기도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장인의 빨치산 부하였던 사람의 아들을 행정자치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이것은 그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국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었고 특히 작년에 좌익단체들이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하려 하였을 때 노 대통령은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동상철거는 반대하지만 맥아더가 ‘나쁜 놈’이었다는 확실한 역사인식을 보여줬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그와 열린당 정권은 인민군을 백년지기처럼 대하고 국군을 철천지 원수같이 대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번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서해 북방 5도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고 남한은 북방한계선을 양보하기로 합의했다”는 뜬금없는 이야기가 대서특필된 사건이다. 정작 군사회담에서 그러한 내용이 오간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대서특필해 놓고도 해명 보도조차 없었다. 이것은 좌파 정권과 언론이 연대하여 군사회담에서 국군을 압박하고 인민군에게 유리한 정세를 제공할 의도였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 와서 갑자기 국군의 전력이 북괴군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전시작통권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더 나아가 만일 적이 남침해 오더라도 국군이 단독으로 충분히 적을 물리칠 능력이 있다면서 느닷없이 국군을 추켜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친북세력의 잔꾀에 지나지 않으며 선군정치를 해대는 국가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이야말로 6. 25 직전 신성모 국방장관이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국군이 아침은 해주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것”이라고 허풍을 치던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그의 장담과는 달리 6. 25 초기 우리 국군은 형편없는 무기와 일부 지휘관들의 작전능력미달, 군내부에 침투한 5열들의 준동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였고 전 국토가 유린되고 모든 국민이 참혹한 피해를 당했지만 정작 허풍을 쳤던 신 장관은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는 전쟁도중 발생한 거창양민학살사건에 대해 경남지구 계엄사령관 김종원에게 지시하여 이의 배후를 은폐하도록 하였고 헌병사령관 장흥에 의해 백범 김구 암살을 지령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타고난 아첨감각으로 이승만의 신임을 받아 국방장관으로서 2년여의 기간을 재임하였는데 후일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이었던 조병옥이 말한 ‘至當(지당)장관 ･落淚(낙루)장관’이란 바로 그를 가리켜 한 말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윤 장관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윤 장관과 좌익세력들은 또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고 해도 유사시에 미군이 개입할 근거는 충분히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데 그렇다면 일본이 헌법을 고치면서까지 2008년에 미 일 연합사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자유월남 패망 직전에도 평화협정에 의해 미군이 철수하게 되자 불안해하는 월남 티우 대통령에게 닉슨 대통령의 이름으로 방위 각서를 체결, 유사시 해 ･·공군력 동원 및 지상군 지원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월맹군이 대공세를 취하자 반전여론에 휩싸인 미국의회가 미군의 추가파병에 대해 반대결의를 하는 바람에 자유 월남은 공산화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티우 월남 대통령은 TV 화면에 나와 닉슨 대통령이 써 준 각서를 공개하며 미국을 비난했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자유 월남의 마지막 주미대사였던 부이 디엠은 “약소국가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미국을 항상 조심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여론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그들의 약속을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난 93년 KBS는 방송의 날 특집으로 월남전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방영한 바 있는데 그 마지막 부분에 전직 자유월남의 국방장관이었던 한 인사(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가 미국 어느 도시에서 리어카에 과일 행상을 하면서 TV 카메라 앞에 나와서 당당하게 “한국의 참전에 감사한다”고 말한 뒤 “공산주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의 노력은 정당했다”고 주장한 장면이 떠오른다. 필자는 지금 작통권 환수를 앞장서 추진하는 윤 장관이 앞으로 20년 후 어떻게 변해있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전세계적인 추세인 공동방위체제 구축을 놓고 주권 운운한다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주장인지는 좌익언론들도 잘 안다. 그래서 그들도 말이 안된다는 것을 느꼈는지 “일단 민생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작통권 환수 논의 자체를 탁상공론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척 하다가 찬성 측에 은근히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장래와 존망이 걸린 문제가 양비론으로 다루어질 문제인가.

윤 장관은 또 작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남한이 감군을 추진한다면 북한도 경제현실을 감안하여 감군을 추진할 것”이란 매우 순진한 생각까지 말하였다. 그는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지만 틈틈이 짬을 내 원서들을 읽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정작 자유월남의 패망과 관련한 책들은 한 권도 읽지 못한 것 같다.
필자는 고교시절, 윤 장관의 선배인 이대용 장군(육사7기)이 자유 월남 패망후 공산 월맹에 외교관 신분으로 불법적으로 5년이란 긴 세월을 억류되어 있으면서 그 당시의 이야기를 수기로 펴낸 ‘사이공 억류기’란 책을 읽고 나서 공산당이란 국적 ･ 인종을 불문하고 하나같이 거짓과 악으로만 똘똘 뭉친 인간말종들이란 사실을 정말로 실감했다. 만일 윤 장관도 그 책을 읽었다면 그런 순진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망상이었나 하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윤 장관은 또 자신이 물러난 후 순수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임명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윤 장관 자신은 차기 국정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한 야당의원에 의해 폭로된 바 있는데 국방부의 고위직들이 대거 민간인들에게 개방된 상태에서 현 정권은 또다시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을 강조하며 직업군인 경력이 없는 순수 민간인 출신을 차기 국방장관에 임명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 마디로 넌센스이며 무엇보다 노무현 정권 자신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공식적 인간관계와 비공식적 인간관계를 구분하지 않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직업 군경험이 없는 국방장관이 과연 군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불문가지이며 이는 국방부가 아닌 타부서에서도 비공무원 출신 장관들이 공무원들을 장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일반 직장에서도 직원들간 지연 ･ 혈연 ･ 학연을 따지는 풍토를 감안하면 이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현 정권은 이에 대해 또 미국을 예로 드는 것을 즐기는데 미국의 경우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민간인 출신이지만 현역출신의 육 ･ 해 ･ 공군 장관이 있어 군을 잘 모르는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저지를 수 있는 실책을 충분히 예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 케네디 대통령 시절 군사전문가였던 맥나마라 국방장관도 쿠바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해군의 기본적인 교전수칙을 몰라 한 해군장성과 마찰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당시 맥나마라 장관은 한 해군 지휘관이 공포탄 발사를 명령하는 것을 실탄발사를 지시하는 것으로 착각, 이를 크게 질책했다가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앞서 말한 신성모 장관도 영국 상선의 항해사 출신으로 군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민간인 출신이었고 지난 제2공화국 시절 의원내각제하의 정부에서 역시 민간인 출신 현석호 의원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일이 있으나 군을 장악하기는 커녕 잘 알지도 못하여 결국 5. 16을 자초하게 되었던 것이다.

굳이 민간인 출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육군 위주로 치우쳐져 있는 우리 국군의 경우 해 ･ 공군 출신 장관이 나오면 육군을 장악하기가 순조롭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최규하 정부시절 주영복 국방장관(공군출신)이었다. 주영복 장관은 당시 12. 12 이후 전두환을 비롯한 하나회가 육군의 주요보직을 독차지한 현실에서 장관으로 임명되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하나회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재임기간을 마쳤던 것이다.

제2공화국 출범 당시 장면에게 정권을 인계한 과도내각 수반 허정은 향후 쿠데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군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한 확고한 입장과 소신을 가진 과도내각 국방장관 이종찬을 계속하여 중용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장면은 이를 거부하였다.
당시 국무총리 장면은 육군참모총장인 최경록에게 미국이 제공하는 특별군사원조 60만불중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할 것을 강요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그를 곧바로 2군 사령관으로 좌천시키고 자신과 일가였던 당시 38살에 불과했던 2군사령관 장도영을 전격적으로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정실인사까지 해가며 군을 만만히 보았다가 결국 바로 그 장도영과 박정희에 의한 군사정변이 일어나 정권을 빼앗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에게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

김영삼 정권 당시에도 권영해 국방장관이 무리하게 추진한 하나회 척결로 인해 지휘관들이 지나치게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군의 전력약화를 초래했던 일이 있었다. 이는 결국 96년 9월 강릉에서 북괴의 무장간첩선 침투가 발발하자 유능한 지휘관들을 대거 잘라내 버린 군이 대규모의 병력을 투입하고서도 우왕좌왕하는 작전을 펼치게 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당시에도 대통령 김영삼과 국방장관 권영해가 죽이 척척 맞아 개혁정책이랍시고 추진한 결과, 뜻하지 않은 무장간첩선의 침투로 그 허구가 만천하에 폭로된 것이다. 이는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이 입으로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허풍을 치다가 정작 불시에 모의고사를 치루게 되자 실력이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사병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신세대 사병들의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소대장 2명이 탈영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까지 있었다.

윤광웅 장관 또한 취임초부터 사병들의 인권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왔지만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해 표리부동한 일면을 보인 적이 있었다. 논산훈련소에서 인분사건이 터졌을 당시 현장을 방문한 윤 장관은 안내를 맡은 현역 육군 소장인 논산훈련소장에게 “자네”라고 부르며 시종일관 반말을 하였다. 평소 사병들의 인권은 그렇게 강조하는 해군 출신 윤 장관이 TV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후배도 아닌 현역 육군 장성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하여야 할까.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여중생 사망 사건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여기에 전라도의 오기와 행정수도 이전을 노린 충청권의 얍삽한 지역 이기주의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그 때를 잊지 못하는 노무현 정권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좌익들이 유도한 평택사태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고 충청권 행정도시 예정지에는 서둘러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적어도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지방선거에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거라 예상하였으나 그것은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여중생 사망사건 당시의 민심은 일단 여중생들이 처참하게 죽었다는 것 때문에 여론의 동정(그러나 그런 여론의 동정도 여중생들의 아버지가 미군측으로부터 8억원의 보상금을 받고 일찌감치 사건의 마무리에 합의해 놓고도 다시 천연덕스럽게 촛불시위에 나선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른다.)을 살 수 있어서 친북세력들의 선동이 먹혀들어갔지만 평택은 사정이 달랐다. 27억원씩이나 받고도 못나가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현지인들에게 국민여론은 “촌놈들이 해도 너무 한다”며 싸늘히 돌아섰고 냉소를 보냈다. 여기에 더 이상 친북세력의 선동은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아들을 행정병으로 빼돌린 국무총리가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인지, 시위대를 격려하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군경과 시위대 간의 양비론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폭동은 질질 끄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 보수세력의 제1의 논객으로 평가받는 한 안보상업주의자마저도 국군의 원죄론을 거론하며 국군의 사기를 올리는 것인지 꺾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주장을 펼쳤다. 그의 이런 주장은 당시 한 여당의원조차도 광주사태 당시 군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마당에 참으로 의외였다. 이런 식으로 평택사태는 해소되지 않은 채 지방선거 당일까지 질질 흘러갔지만 그것은 정부 ･ 여당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노무현은 그래도 충청도는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 기대했겠지만 이 또한 머리 나쁜 대통령의 착각일 뿐이었다. 차라리 행정도시 예정지에 보상을 선거이후로 미루었다면 몰라도 보상을 다 해주었는데 더 이상 밥맛없는 대통령을 따를 주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선거이후 그는 충청권에 철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작금의 작통권 이양 논쟁 또한 노무현 정권으로서는 지난 대선 때의 여중생 사망사건과 마찬가지로 반미논쟁을 불러 일으켜 그 덕에 다시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연방제 통일까지 가보겠다는 작심을 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들이 해결해야 할 것은 621조원에 이른다는 국방비 부담이다.
현 정권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비록 현재 제1야당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무능과 무소신으로 점철된 회색분자와도 같은 갈짓자 행보와 직무유기를 하고 있고 보수야당(?)이 이에 대한 적극적 반대여론을 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논란에는 둔감할 수도 있겠으나 돈 문제에는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작전통제권 환수가 엄청난 국민부담이 따르는 ‘돈먹는 하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국민들은 길거리마다 월드컵 열기 이상으로 들고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현 정권에게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같은 최후를 가져다 줄 것이다.

윤광웅 장관 또한 그동안 군을 철저히 실험대상처럼 여기며 온갖 해괴망칙한 정책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가며 그와 공동운명체가 된 만큼 그런 파국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며 결국 그의 마지막 역작이 될 작통권 환수가 그를 위한 輓詞(만사)가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588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