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사학법 개정 서두르지 말라
거두절미하고 집권 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을 이 시점에서 심사숙고,신중을 기하
기 바란다. 필자의 이러한 촉구는 전국의 1788개 사립 초·중고교 및 대학을 위해서만
이 아니라 현 정부와 여당을 위해 드리는 고언이다. 만일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개정하겠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다면 이후에 일어
날 혼란은 실로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만큼 중요한 국가적 백년대계가 없으므
로 무리하게 서두를 일은 결코 아니다.
필자는 사립대총장협의회 임원의 한 사람으로,신학대총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난 1년
여 동안 뜻있는 몇몇 동료 총장과 여야 지도부 인사 및 교육전문 의원을 만나 현명한
판단을 돕고자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립학교에 편견을 갖고 있거
나 개정안의 독소 조항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의원들과,사안의 핵심과 진의를 파악하
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위해 문제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는 대다수 사립
학교가 사립학교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여당의 개정
안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한 발상과 독소 조항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줄
안다.
먼저 여당 개정안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지적한다. 첫째,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은
사유재산 침해 및 건학이념 훼손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학내 교수(교
사)회,직원회,학생회 등의 구성을 법제화·의무화하고 이 단체들로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개방형 이사 선임 결의권 등을 갖게 하는 것은 교육질서를 극히 문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개선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여당의 법 개정 취지가 사립학교 비리 척결에 있다면
법인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감사 1인을 공인회계사 등 사계의 전문가로 하면 될 것
이다. 교육부의 감독 및 현행 법체계로도 학원의 비리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최근
한국사학법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대다수 사학이 자발적인 투명경영 및 윤리선언을 실
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아울러 학내 운영위원회 구성을 의무 사항으로 법제화해서는 안 된다. 결사의 자유란,
말 그대로 결사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이지 이를 법으로 강요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법에 위배된다. 무엇보다 피교육자인 학생마저 학교 경영의 결의
주체가 된다면 어떻게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더욱 원
활하게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하면 일본이나 서구처럼 자율적 운영위원회를 법인
의 자문기구로 두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이 땅의 사립학교들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한 국력을 갖기까지
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특히 구한 말 개신교의 전래와 함께 속속 세워진 신교육기
관들은 문맹했던 이 땅을 개화시켜 오늘의 선진국가 건설에 결정적 기여를 해왔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그런데 어찌하여 오늘에 와서 기독교 교육기관을 비
롯한 주요 종단의 사학들과,저마다의 존엄한 건학이념 아래 세워진 이 땅의 사학들을
이처럼 궁지로 몰고 있는가. 사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이라는 정부의 논리도 설
득력을 갖기 어렵다.
진정으로 사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면 학원에 좀더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재정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개혁은 학문의 자율성 속에서 이루어
진다. 지금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으로 노력하는 사학들을 애
정 어린 마음으로 성원해 주었으면 한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집권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을 이 시점에서 중단해 주시기를 거듭 촉구한다. 더욱 합리적인 개선을 원한
다면 최소한 이번 회기 중에는 처리를 보류하고 사학의 대표들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교육백년대계의 개정안을 차분히 마련해주기 바란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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