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화회의 술판 [경인 사설]


2002-03-19[오후 8:40:08]

술판. 술을 마시든 먹든 아니면 즐기든 거기에는 긍정적인 뜻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술판이 화를 불러오는 자리도 있다. 인천지역 각급 기관장들의 모임이라는 '인화회'가 정례 모임에서 술판을 벌여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삶과 일에 지친 기관장들도 일반 시민들처럼 일과 후 약간의 술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리에 따라서는 마신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된 인화회의 회원들이 마신 장소가 그 예이다. 물론 선의로 해석한다면 회원들의 기업을 방문하여, 애로사항도 듣고 회원의 활약상을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강당은 음식점이나 야외와는 분명 다른 장소다. 근로자들이 있고, 먹고 놀기보다는 일하는 장소다. 기관장들일수록 몸가짐에 조심해야 하고, 처신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는 63세 이상이 된 교회 장로들로 구성된 '장로 성가단'을 초청한 자리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관장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조심했어야 한다. 당연히 누가 초청했고, 회원인가 하는 점보다 함께 참석한 사람들의 입장을 배려했어야 한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볼 때 기독교가 술과 담배를 금한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반드시 술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지만 모임의 성격상 술이 필요했다면 회원들이 자리를 바꾸거나 성가대원들이 떠난 자리에서 했어야 한다.

그 날의 음식도 문제다. 호텔에서 식사를 주문하여 배달해 먹는 상황을 누가 곱게 보아주겠는가. 물론 사적인 모임이라면 호텔에서 주문하든 동네 설렁탕 집에서 먹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이자 기관장들의 모임으로 기업을 방문했다면 구내식당에서 근로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식사를 했어야 한다. 기관장들의 호텔주문식사를 놓고 군림의식과 귀족주의 행태로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인화회'의 정체성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각급 기관장이 165명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과연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인천지역의 중요한 현안을 상호 논의하는 자리라면 지금까지의 형식과 내용에 문제가 있다. '인화회'의 술판이 비판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관장 모임을 빙자한 새로운 형태의 이익단체나 한량모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리고 참된 인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환골탈태와 대오각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