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은 재개정 되어야만 한다"
작년 연말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그동안 펼쳐온 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대통령은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지역 인사들 오찬 간담회에서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제일 큰 게 부동산”이라면서 “거꾸로 얘기하면 부동산 말고 꿀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사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코드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혁신이란 말 아래 수 많은 정책을 펼쳤지만 국민의 지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사회적 분열만 일으켜 왔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교육정책이 아닌가 싶다. 모든 정책이 아니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마는 다른 어떤 정책보다 교육정책의 실패가 이 나라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경제를 비롯해 물질과 관계되는 모든 정책은 실패해도 다시 바로잡을 수가 있지만 잘못된 교육에 의하여 발생하는 정신적 황폐는 치료할 방법을 찾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은 법의 형식으로 드러나는데 현 정권의 교육정책은 2005년 12월 10일 개정된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으로 나타났다. 이 법에 따라야 하는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들, 즉 사학재단들이 이 법을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학법은 사립학교 경영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이사회에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학교 운영위원회’가 대학에서는 ‘대학평의원회’가 학교의 운영의 심의․의결 기구가 되고 초∙중등학교에서는 교사회와 학부모회를, 대학에서는 교수회 학생회․직원회를 법정 기구화해야 한다.
이러한 법은 얼핏 보면 재단과 학교의 경영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함으로 참으로 사립학교의 운영에 민주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법을 찬찬히 뜯어보면 악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모든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사학법은 사학재단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와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원회) 등은 사학재단의 권리인 이사 선임권, 학교 운영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 침해는 모든 사학을 범죄와 비리 집단으로 보는 참여정부의 삐딱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학들이 참으로 그러한가? 역사의 증거들은 결코 그렇지 아니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80%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사학들이 우리나라가 요구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키우며 국가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학이 비리와 범죄의 집단인가?
사학법의 또 다른 맹점은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를 깬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회(교수회), 직원회, 학생회를 법정 기구화 함으로써 학교의 구성원들을 각 집단별로 사단화(社團化)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학교의 세 주체들의 기구가 법정화 될 때, 세 주체(교수, 직원, 학생)들 사이에 협력과 일치보다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불신과 경계의 눈빛만 번득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곳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육이 잘 되려면 가르치는 사람, 학교를 운영하고 이끄는 사람이 평상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학교의 구성원들 사이에 확고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학교의 세 주체의 일치와 평화를 깨는 사학법은 교육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새해엔 사학법이 재개정되어 교육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평상심과 신뢰심을 갖고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에 전념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대구일보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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