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창 전 총재는 10.19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디자인연구소 개원 1주년 세미나에 참석, ‘변환기 시대에 대비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가 지도자나 정권이 정직하지 못하고 또 법치주의에 역행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라며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경제 강국이란 말을 들어도 거짓과 허장성세가 판을 치고 정직하게 원칙과 룰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그런 사회는 후진국이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총재의 발언은 언뜻 듣기에는 맞아 보인다. 그러나 곰곰이 되씹어보면 틀린 말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거짓과 허장성세로 일시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경제강국이 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국가는 장기적으로 영속성을 전제로 한 조직이기 때문에 거짓과 허장성세로는 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경제강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거짓과 허장성세로 경제강국이 될 수 없음에도 거짓과 허장성세의 경제강국을 가설로 상정하고 이를 비판했 기 때문이다. 차라리 “거짓과 허장성세가 판을 치고 정직하게 원칙과 룰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그런 사회는 후진국이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다면 맞는 말이나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경제 강국이란 말을 들어도”라는 사족을 달음으로 그야말로 다리달린 뱀을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족을 단 이유는 언론에서도 해석한 것처럼 이 전 총재가 노무현 정권은 직접적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우회적으로 비판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 일 수 있다.
이 전 총재는 말로는 “제 입장은 지금까지와 전혀 변함이 없다. 정권 교체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무소속 출마설에 고무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 전 총재의 지지 단체 중 하나인 ‘충청의 미래’가 오는 23일 서울 남대문 이 전 총재 사무실 앞에서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행사를 갖고 이 전 총재가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단식 농성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더욱 더 무소속 출마설에 의혹을 부추키고 이명박 후보의 낙마를 기대하는 꼴로 비춰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천지가 개벽되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매지 않는다는 옛 속담의 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정치의 계절 한 가운데에 우리가 이미 서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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