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사(祭祀) 지낼까
제사는 자기자신을 위해 신(神), 즉 하늘의 신 ․ 하느님 ․ 귀신 ․ 신령 ․ 영혼 ․ 마음 그리고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 등에 정성을 표시하는 하나의 예절이다. 아마 인간생활 시작부터 제사 형식의 의식은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대상에 소원을 빌고, 뭔가 기원하는 제사, 산신제, 개업제, 제천절의 제천의식, 종교적 신앙예배와 같은 모든 의식은 건강, 성공, 평화, 안정, 번영, 발전 그리고 천국에로의 영면을 기원하는 것으로, 개인 ․ 집단 ․ 사회 ․ 국가 ․ 세계를 위한 인류 모두의 공통된 행사이다.
인생살이에 있어 사회제도와 풍습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변하게 되어 있다. 우리네 가족 관계도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 왔던 조상 섬김문화의 간소화, 종교적 마인드의 변화, 신모계사회 도래, 호적과 상속제도의 바뀜 등 모두 자기 중심적 실리 추구 가족 관계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생활 방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제사는 지역, 문중, 가정마다 다양하고, 또 자신의 종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제사 때문에 형제 자매간의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선조들의 제사 풍습은 중국의 주자학의 한 의식으로써, 고려말에 이씨조선을 창건한 이성계가 중국에서 들여 와 정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오천년 역사속에 수많은 변화 과정이 있었겠지만, 조선시대 이전에는 현재와 같은 제사는 없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 선조에 대한 제사 풍습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조선 중기 17세기를 기점으로 그 이전은 제사를 형제 자매간 돌아 가면서 지낸 자료가 있다. 딸과 사위도 제사를 모시고, 외갓집 제사까지 맡은 경우도 있었다.
17세기 이후는 중국의 관례를 따라 남자 중심 가족제도로 변해 제사도 큰 아들과 맏며느리가 중심이 되어 지내게 되었다.
따라서 부모의 상속도 큰 아들 위주이고 권한이 커져 힘이 생겼다.
그러나 현재는 상속이 자녀 모두에게 공평하개 분배 되도록 법이 바뀌어 전통적 가족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시대 흐름과 편리성 추구로 가족들 합의하에 제사를 1년에 한번으로 통합하여 합제로 지내거나, 기피하는 가정도 있고, 초저녁에 지내고, 호텔이나 콘도에서 지내는 다양한 제사 문화가 생기고 있다.
제사 음식도 별도로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음식 없이 종교적 차원의 기도로서 추모제를 제사로 가름 하는 가정이 많다.
한 가족 내 종교가 각기 다른 경우가 많다. 심지어 부부간에도 다를 수 있다. 신앙 생활에 푹 심취 되어, 전통적 제사는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족의 우애와 화합을 종교로 풀려고 하는 신앙인이 많다.
여성 중심 시대가 닥아 왔다. 1만년전 원시시대는 모계사회였다는 기록이다. 중세와 근대에 걸쳐 남성의 세계를 지나 이제는 여성의 권력시대이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 아들이 필요하다는 경우는 10명중 1명 뿐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 여성에게 경제권이 넘어가고, 모임이나 일상생활도 시갓집 보다는 친정이 많고, 고모 보다는 이모와 더 친밀히 지낸다. 이제 남성은 음식 장만하고, 여성이 먼저 제주(祭酒)를 올리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또는 지금 같은 제사가 없어 질 수 있다.
여기서 바른예절과 미풍양속, 효문화를 정착시키고, 가족간 정겨움과 사랑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선조의 제사는 필요하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장남과 맏며느리가 의무적으로 맡았던 제사는 이제 변화 될 수밖에 없다. 달라진 가족관계에 알맞은 변형된 것,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것, 제사 자체가 없어진 것, 그리고 현재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등 다양한 형태의 제사문화가 전개될 것이다.
선조들의 제사를 계기로 ‘가족 축제의 광장‘을 만들어 서로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 우리나라는 동창회, 산악회, 각급 조직의 동호회, 종친회, 종교단체의 모임, 향우회 등 각종 친목 모임이 많다,
혈족이 아닌 남들과도 이러한 모임을 갖는데, 가족간의 모임이야 말로 아주 좋은 일이다. 선조의 섬김, 동기(同氣)간의 우애, 후손의 사랑으로 동방예의지국의 미풍양속을 지켜 나가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가 아닐까 ?
‘제사(祭祀)‘ 라는 가족 모임을 잘 꾸려 나가려면 어느 한쪽에 무거운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1년에 설날과 추석 대명절 이외 제사를 몇 번 지낼 것인지. 누가 맡을 것이며, 소요경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가정 실정에 맞게 가족들이 의논 하여야 될 것이다.
1년에 상 ․ 하반기 두 번의 가족 축제의 장을 만들어 선조를 받들고 공경하며 유업을 보존하는 경건한 예를 갖추어 제사를 지내고, 또 한편 즐거운 가족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여 온 가족이 사랑과 정겨움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면, 먼저 가신 선조들도 기뻐할 것이다.
부모 형제간에도 내것 지키기가 인간의 본능이다. 가족간 80% 이상이 돈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 연장자가 금전 거래 관행을 올바로 세워야 집안이 평안하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매월 수입중 10% 또는 일정액을 거출하여 기금으로 적립하였다가 제사나 가족 행사때 사용하도록, 집안 어르신이 돈 문제를 깔끔히 처리 하여야 한다.
경비 문제가 해결 되면 조선 중기 이전과 같이 장남, 차남, 막네, 큰딸, 작은 딸 동기(同氣)간 모두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면 서로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제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가족 모두가 참여하고 싶은 제사 문화를 만드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되겠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유교적 제사, 서구적 종교 예식, 새로운 여성 파워등이 조화롭게 아울러 아름다운 가족관계가 새로이 형성 될 것이다.
여기서 백범 김구선생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할아버지의 이상(理想)이 이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씀을 돼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을지라도 먼저 가족간의 행복을 유지하면서 우리 나라의 행복을 어찌 해야 될지 고민 할 때이다. 따라서 올 개천절 제사를 7천만 민족이 함께 어울려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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