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16번째 특강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제2차 국정토론회에서 다시 특강을 했다. 이번이 취임 후 16번째로 열흘에 한 번 꼴이다. 3월 초 1차 국정토론회를 시작으로 검사들과의 대화 등으로 이어진 강연은 시군구청장 특강, 세무서장 특강, 경찰지휘관 특강, 장성들 특강 등으로 계속됐다. 그후엔 ‘○○과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바뀌어 근로감독관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대통령이 국정 각 분야에서 공직자들을 새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강연을 갖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과거 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흔히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대통령이 너무나 많은 분야에 대해 소소한 말들을 지나치게 자주 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이 느끼게 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국민은 말하는 대통령보다는 움직이는 대통령을 보기를 원한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노 대통령이 산업현장에 선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대통령이 입으로 ‘동북아 중심국’이나 ‘소득 2만달러 시대’를 백 번 말하는 것보다는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경영자와 근로자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그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는 모습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그동안 특강을 16번 하는 대신 산업현장을 그만큼 찾았더라면 지금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최전선, 교육현장, 불황으로 고통을 당하는 빈곤층 등 대통령의 발길을 기다리는 곳이 곳곳에 널려 있다.
말로 공무원들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노 대통령이 하는 훈계나 방향 제시는 과거 대통령들도 다 했던 것이다. 그것을 노 대통령이 다시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명색이 국정토론회라고 바쁜 장·차관들을 다 모아놓고서, 또 언론 보도 대응과 같은 지엽말단을 주요 의제로 끼워넣은 것을 보면 이 정부가 아직도 본말(本末)을 혼동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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