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에게 “강남 55평 아파트 알아보라”

<조선 닷컴>

최재혁 기자 [email protected]
오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이주성 전(前) 국세청장이 프라임그룹에서 대우건설 인수 로비 명목으로 서울 강남의 19억원대 아파트 한 채를 받은 혐의로 10일 체포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 전 청장의 뇌물 수수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고급 가구와 오디오로 자택의 거실과 안방을 꾸미고, 대금 결제를 건설업자에게 맡기거나, 명절에는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할 수천만원대 선물리스트를 건설업자에게 건네 대신 보내도록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징세기관 최고 수장(首長)의 도덕성이 이 정도로 타락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의 처남 명의로 아파트 받아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05년 1월 친분이 있는 건설업자 기세도(50·구속)씨에게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을 소개받은 이후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골프를 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해왔다.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신청한 직후인 2006년 1월 이 전 청장은 기씨에게 "삼성동 인근에 55평 아파트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기씨는 이를 '지시'한 것으로 인식하고 "명의를 누구로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이 전 청장은 측근인 A씨 명의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기씨는 A씨의 처남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해 이 전 청장에게 넘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기씨는 프라임그룹 측에 50억원을 요구했으나, 프라임 백 회장은 계열사인 프라임상호저축은행에서 20억원을 무담보로 대출해주었다. 대출금은 프라임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5년 이내에 (기씨 소유의 건설업체에) 공사를 주는 방식으로 갚으면 된다고 약속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기씨는 이런 식으로 프라임측으로부터 받은 20억원으로 강남의 55평짜리 아파트를 구입해 이 전 청장에게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2006년 7월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뒤에도 이 전 청장은 지난 3월까지 이 아파트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A씨가 이 전 청장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난다"고 설득했으나, 이 전 청장은 오히려 버럭 화를 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전 청장은 지난 3월에서야 아파트 실소유권을 넘겨 이 문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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