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이 난투극을 거치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친이진영과 우파의 일부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마치 역적질이라도 한 것처럼 신랄하게 비난했다. 미디어법안이 무엇이기에 정치권은 이 난리인가? 박근혜 전 대표가 했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1.민주당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고 절충해야 한다.

2.법안의 내용과 의미를 국민들에게 좀 더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덧붙여, 미디어법안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이 설명한 핵심내용은 이렇다.

3. '조선·중앙·동아' 보수신문의 방송진출이 관건이다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하는 자들의 주장은 이렇게 되는 것이다.

(1)(한나라당에 비해서는 소수이지만, 엄연히 다수의 의석을 지녔으며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과 타협할 필요 없이 그냥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된다.

(2)일반 국민(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포함)이 법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통과시켜버리면 된다.

(3)’조선·중앙·동아’ 등의 보수신문이 신속히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0일 낮에 잠시 틀었던 TV에서 우연히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프로를 10분 정도 시청했다. 대기업이 대형슈퍼마켓 사업으로 동네 구석구석에 진출하면서 재래시장과 소규모 구멍가게 상인들이 처절하게 절망하는 상황을 취재한 것이었다.

소규모 상인들은 “어느 정도 더불어 먹고 살아야지, 동네 상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호소를 했고, 정부 당국자는 대기업의 슈퍼마켓 진출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고, 2580리포터는 국회에 관련법안이 8개가 계류 중이며 일본과 독일과 프랑스는 적절한 규제장치를 두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끝까지 시청하지 못했기에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서민 상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내용인 것은 분명했다. 시청하다가 어느 방송국인지 보니 MBC였다.

나는 거짓과 조작에 기초하여 국민선동을 하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힘차게 외쳤던  MBC PD수첩은 쓰레기였다고 생각한다. 그 쓰레기를 옹호했던 세력들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진실에 기초했으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서민상인들의 겪고 있는 문제를 진취적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도를 지녔다고 본다.

소규모 상인들을 만났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소규모 상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헌법에 호소하면 정부가 패한다. 예전에는 끽소리도 못했는데 지금은 세상 좋아졌다”며 추호도 희망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때 이 대통령은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여러분도 먹고 사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방법을 최대한 모색해보겠다”고 말했어야 한다. 대통령이 반드시 했어야 할 말을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말하고 있었으니, 서민상인들에게 누가 그들을 대변해주는 진정성을 지닌 세력으로 보이겠는가? MBC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MBC가 전적으로 쓰레기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면 과연 소규모 상인들의 입장을 ‘MBC 시사매거진 2580’처럼 진지하게 검토해줄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방송국은 대기업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것이다. 조선과 동아는 몰라도, 삼성과 연계된 중앙일보가 지배하는 방송국은 삼성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것이다. 조선과 동아가 운영하는 방송국에 대기업이 광고를 주면 조선과 동아가 운영하는 방송국 역시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고로,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해야 한다는 (3)이 절대적인 진리인 것은 결코 아니며, (3)이 좀 지연되거나 어렵게 한다 해서 결코 역적질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3)과 관련하여 박근혜 전 대표가 굳이 신랄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이므로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장땡인가?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소수 의석이므로 무시해도 되는가? 웰빙 의원들이 득실대는 한나라당의 법안이 절대무오의 진리라도 되는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를 보자. 한나라당 의원은 그만하면 “청렴하게 살았다”고 했다. 민주당과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은 “그런 자가 검찰의 수장이 되면 기강이 망가질 것이다. 그는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았는가? 민주당이었다.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이 틀렸다. 한나라당은 결코 절대무오의 진리가 아니다. 그러니까 시시때때로 민주당의 견제를 받아 마땅하다.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민주당의 효과적인 견제가 없다면 결코 청렴하지 않은 것을 청렴하다고 우기는 웰빙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가를 더욱 썩어가게 만들 거였다.

그런 고로, 한나라당은 항상 인내와 겸손으로 민주당과 대화하고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시속 100KM로 달리는 게 옳다고 믿는데 민주당이 시속 20KM로 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딱 그 중간인 시속 60KM는 아닐지언정 민주당의 주장을 수렴하여 시속 60KM에 가까운 방향으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표의 민주당과 절충해야 한다는 주장 1은 결코 역적질이 아니다. 성실하고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태도다.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게 옳다면, 열린당이 다수 의석일 때 열린당이 다수결로 ‘4대 개혁 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정의였을 거였다.

“미디어 법안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안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디어를 전공했다는 사람, 단 한 사람만 조금 안다고 했다. 그 역시 그의 주변 사람들은 미디어 법안을 모른다고 했다. 조금 안다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의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주장 2와 일맥상통하는 의견을 표현했다.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느냐에 따라 여론을 주도하는 아젠다가 달라질 수 있고, 결국 국민의 삶에 큰 작용을 할 수 있는데, 당장 민생과 관련이 없어서 국민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법안이므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좀 더 충분히 알려야 한다. 여론 독과점은 규제돼야 하며, 다양한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회는 사생결단의 난장판인데, 내가 느끼기에 일반국민들의 대세는 “저 인간들이 왜 또 싸움질이냐…”하는 것이다. 미디어법안이라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내용을 잘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아닌가.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법안은 국민의 생활과 구체적으로 연결되었을진대 국민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난장판 싸움질을 벌이는 것은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밖에 안 된다. 그런 고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하는 자들의 (2)는 틀렸다. 박근혜 전 대표의 국민의 공감대를 좀 더 얻어야 한다는 의미의 주장 2가 전적으로 옳다.

박근혜는 결코 역적질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입장을 깊이 고려한 박근혜 전 대표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 정치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처럼 해야 한다.

三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