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22일 오후 4시40분부터 불과 10분 간의 기립 표결로 세종시 수정안 관련 4개 법안을 일제히 부결시켰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미래 발전을 치명적이고 포괄적으로 저해하는 ‘반(反)대한민국적 행위’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해양위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최대 핵심 법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을 찬성 12표, 반대 18표, 기권 1표로 부결시킨 국회의원 31명 각각의 이름은 역사의 기록으로 생생히 남게 될 것이다.
찬성 의원은 한나라당 김기현·박순자·백성운·이한성·장광근·장윤석·장제원·전여옥·정진섭·최구식·허천 의원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 등이고, 반대 의원은 한나라당 친박계 안홍준·유정복·이학재·정희수·조원진·현기환 의원, 민주당 강기정·김재윤·김진애·김희철·박기춘·백재현·유선호·최규성·최철국 의원, 자유선진당 권선택·변웅전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이다. 상임위원장인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은 기권했다. 나머지 ‘혁신도시 건설·지원 특별법 개정안’ ‘산업입지·개발법 개정안’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개정안’ 등 3개 부수 법안을 반대 29명, 기권 2명으로 부결시킨 의원들의 이름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후대의 사가(史家)들이 한 시대를 책임진 정치인 중 누가 국가 이익 앞에서 어떤 소신을 가졌는지 실증적(實證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료(史料)로 활용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은 국토해양위가 부결시킨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附議)해 반드시 표결(表決)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정파적·정치적 이해 득실에 따라 하고 말고를 따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當爲)다. 국회법 제87조는 ‘(위원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위원회의 결정이 보고된 날로부터…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28, 29일 본회의 부의와 표결은 국회법이 정한 합법 절차일 뿐만 아니라 당대의 책무다. 세종시 수정 문제는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국책 사업인 만큼 상임위 차원에서 대충 표결하고 사산(死産)시킬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 표결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없던 일’로 만들려는 행태는 국가적 수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충청권의 표심을 흡수해 승기(勝機)를 잡아보겠다는 정략에서 수도 분할이라는 ‘반대한민국적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아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원안대로 추진돼 8조5000억원의 투자와 함께 2012년 말부터 2014년까지 9부2처2청 및 산하기관 등 36개 행정기관이 이전된다 해도 ‘유령(幽靈)도시’로 전락한다. 수정안에 따른 삼성·한화·웅진 등 대기업 유치가 불발로 그치게 된다면 세종시 건설은 미리 운명을 정해놓고 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은 수도 분할로 인한 행정적·경제적·사회적 비효율성으로 날로 광역화되고 있는 세계적 도시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세종시는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허울뿐인 행정도시가 된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토해양위 부결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본회의 부의 절차에 들어가기 전 1주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대승적 결단을 내릴 시간적 여유는 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국회 표결을 존중하겠다며 수동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한 시대를 책임지고 주도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온당한 처신으로 볼 수 없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와 야당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최대의 설득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이럴 때 세종시 수정 문제를 추진한 대통령에게 결자해지(結者解之) 정신이 긴요해 보인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수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될 경우 친박계와 야당이 반발해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회법에 따라 직권상정해 표결에 부치는 것이 정도(正道)다.
본회의에 수정안이 부의돼 표결에 부쳐진다면 대한민국 역사는 국회의원 전체 이름을 찬·반·기권표를 던진 의원들로 나눠 엄밀하고 정확하게 기록해 후손들이 평가하고 교훈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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