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ㆍ일본의 시기와 질시 한미FTA의 중요성을 증명…무역으로 일어선 한국에 세계1위국과 체결은 축복 밥그릇 차는 愚 범하지 말라" 

오래전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ㆍ균ㆍ쇠`를 읽으면서 단순한 진리를 하나 배웠다. 인류문명 발전사를 고찰한 그는 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이 늦었는가, 하필이면 유럽에서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이 일어났는가를 추적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가 내린 결론은 좀 엉뚱했다. 인류는 어떤 동물과 사느냐에 따라 발전 속도가 달라지고 물(水)이 결정적 변수였다. 말(馬)을 이동수단으로 삼았던 대륙은 발전이 빨랐다. 유럽인들이 말과 총을 갖고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아메리카엔 말이 없었다. 아프리카는 말도 없는 데다 설상가상 비가 오면 금세 바다로 빠져나가버려 농업이 불가능해 산업화를 가로막았다. 중국이 아닌 유럽에서 문명이 더 발전한 까닭은 유럽이 리아스식 해안의 영향으로 중앙집권이 어려워 창조적 생각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명 발전의 역사에서 하물며 인간과 동물의 인연도 이토록 중요할진대 국가 간 만남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현대에 와서도 남미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하필이면 식민 지배자였던 스페인ㆍ포르투갈이 약탈식 경영을 한 불운 때문으로 드러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할 단순한 3원칙인 법의 지배, 사유재산 보호, 시장의 발전을 그들은 무시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21세기적 국가별 결맹은 FTA다. 한국은 지금까지 여러 국가와 FTA를 맺었다. EU 인도 아세안 등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미국과 체결한 FTA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2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물론 여러 나라와 FTA를 맺었다. 칠레, 도미니카, 이스라엘, 요르단, 모로코, 바레인, 오만, 싱가포르 등이 있는데 대략 작은 나라들이다. 그 외에 캐나다 멕시코 호주가 있다. 미국은 아시아, EU의 그 많은 나라들은 제쳐두고 하필이면 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것은 일종의 운(運)이다. 뭔가 잘되려면 실력과 노력도 좋아야 하지만 운도 역할을 한다. 

한ㆍ미 FTA 비준에 야당은 온갖 반대 명분을 들이대려 한다. 차기 선거 때 현 정부의 성공에 재를 뿌리자는 심사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한마디로 정신나간 짓이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영리한 것은 장사꾼이고 돈이다. 자동차, 제약업종 등에서 환영하고 증시에서 주가도 올랐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적(?)의 평가는 더 좋은 증거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ㆍ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에서 체결된 한ㆍ미 FTA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야마우치 다카시 일본 마쓰다 사장은 "한국차는 서구에서 우수한 기술로 평판이 좋은데 FTA로 혜택을 받으면 한국차 경쟁력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7년 전 한ㆍ칠레 FTA를 체결했을 때 정치권은 포도농가가 망하느니 온통 소란을 피웠다. 그러나 한ㆍ칠레 교역은 연 평균 22.6%나 증가해 세계무역 평균 상승률 11%를 2배 이상 웃돌았다. 

한ㆍ미 FTA로 민주당은 4조4000억원이 손해라고 주장한다. 이런 계산들은 매우 웃긴다는 사실을 국민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21세기 첫 10년이 지나고 이제 새로운 10년을 맞는 순간이다. 미국은 G2로 부상한 중국을 괄목상대하고, 중국은 화평굴기를 떨치고 갑자기 거칠어졌다. 험악한 중국의 표정에 놀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떠나지 말도록 소매를 붙드는 형국이다(프라그 카나 著, 제2 세계). 한국은 두 개의 가장 큰 시장을 놓고 21세기의 물결을 잘 타야 한다. 

한국은 무역으로 밥먹고 사는 나라다.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팔아먹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밥도 생긴다. 한ㆍ미 FTA는 초반 한국에 떨어진 행운이니 비준은 이를수록 좋다. 우리는 최고로 좋은 말(馬)을 만난 것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