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6.25 때 우리를 도운 우방국이며, 지금도 탈북자들의 인권보호에 매우 호의적인 태국에 대하여 무언가 우리가 도우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안보나 이념측면에서 우리는 태국과 대만을 절대 놓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향후 전략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향후전략? 베트남처럼 공산화되면 피난갈 곳 말이다.

한미동맹도 거의 빛을 잃어가는 마당에 한미 FTA도 지지부진한데, 박원순 등장 이후 반미화는 점차 힘을 얻어갈 텐데, 현재 내부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미국이 우리 난민을 받아줄 것 같은가.

그저 중국에만 안 닿도록 조각배 몰고 가다가 일본에 떠밀리면 일단 몸을 의탁할 곳은 대만 밖에 없고, 그 대만마저 중국에 빌붙느라 그들로부터 등 돌린 우리를 증오한다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쫓겨 갈 곳은 태국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간곡한 우방국인 태국에 기껏 백만 불(12억원)이나 도와준다고라?

청계재단 같은 막연한데다 기부한 게 300억원인데! 국가예산으로 한다는 게 12억원?

개인차원에선 크다고 하더라도, 세계10위 국가 차원에선 그걸 돈이라고 할 수 있나?

생각건대, 사람은 나중에 신세 질 곳에 일단 잘 보이고 볼 일이다.

실컷 살림 헐어서 밑천 보태준 자식이 사업에 실패하니까, 평소에 땡전 한 푼도 보태주지 않고 쌀쌀하게만 굴었던 자식 집에 노년을 의탁한다고 생각해봐라.

가정사도 이럴진데, 국제관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러한 의탁논리나 동정논리는 이명박에 대한 우파의 감정도 또한 마찬가지다.

소통과 화합을 우파에게 적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우파는 이명박에게 빚진 게 없다.

즉, 이명박에게 안 좋은 일 생겼다고 반응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번 10.26 보궐선거 때, 좌파들이 제기한 내곡동 사저 소동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뇌리에 떠오르는 게 ‘쪼다’라는 말이었다.

국가원수라면, 퇴임 후 일정기간 연금도 연금이지만, 최소한 신변경호는 필수적이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자신의 신변경호 때문에 필요한 사저를 마련하는데 시끄러웠다면, 이는 최소한의 권위도 인정받지 못하는 등신이라는 뜻이다.

퇴임 후에도 상왕노릇하기 위하여 지었던 김대중의 동교동 아방궁, 퇴임시 국가 주요자료마저 빼돌렸던 노무현의 봉하궁과 비교해 볼 때,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는 그리 이상한 시선을 받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싸잡아 흔드는 것은 이미 이명박을 우습게보고 흔들고 있다는 뜻이며, 퇴임후 신변안전 문제를 일부러 야기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차라리 사저도 따로 짓지 않고 아예 퇴임 후 자기 집에 그냥 사는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퇴임후 신변안전 문제에 대하여 고소영이나 강부자 같은 궁물족들이 걱정해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자리는커녕 땡전 한 푼도 도움 받지 못한 우파가 무슨 빚이 있어 이를 걱정해주겠는가.

자살로 보기 어려운 노무현은 그래도 울어줄 사람이라도 있었고, 울어주면 괜히 뭔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허나 이명박이 그러한 경우를 당한다면, 조문하는 것조차도 좌익들에게 낙인 찍힐까봐 두려워 사람들이 몸 사리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괜스런 가정을 해서 미안하지만, 분명한 것은 알아차려야 한다.

흐지부지하던 소리나 하던 박원순은 취임하자마자 바로 무상급식부터 과감히 결재해버렸다.

그에 비하여 불도저 소리 듣던 이명박은 아직도 안보와 이념만 골라서 흐지부지 피해가며,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엉뚱한 해외영업실적 올린다고 삽질이나 해대고 있다.

저들이 겁내는 것만 골라서 피해가고, 저들이 코웃음 치는 일만 골라서 하는 꼴이다.

취임 초부터 방송과 선관위를 챙기라는 충언을 이행하지 못했으면 다른 안보이념 사안이라도 단호한 태도로 챙겨야 했는데, 이젠 그조차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끝으로 북괴가 박원순 취임 축하 불꽃놀이(?)를 또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되는 계절이다.

미리 강력한 대응방안이라도 챙겨서 퇴임 후의 수모를 예방하는 게 좋을 듯하다.

괜히 오지랖 넓게 끄적거린 게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스럽게 느껴지는 이 가을에.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