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은 공산혁명 과정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서방세계의 좌파 지식인들을 가리켜 “소련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은 ‘쓸모 있는 바보들’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레닌의 ’쓸모 있는 바보들‘이란 공산주의의 비민주성을 알면서도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서방 좌파 지식인들에 대한 비웃음이다.

서방 좌파 지식인들 가운데 소련에게 ‘쓸모 있는 바보들’은 많았다. 강제수용소 실체를 확인하고도 “소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사르트르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러시아 국민들의 희생은 그 지도자들이 국민의 희망을 체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한 시몬느 드 보바르도 그런 부류였다. 1000여만 명의 소련 국민을 희생시킨 스탈린을 찬양했던 영국의 좌파 지식인 웨브 부부와 버나드 쇼도 ‘쓸모 있는 바보들’에 속했다.

북한 입장에서 남조선의 ‘쓸모 있는 바보들’도 부지기수다. 2001년 8ㆍ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 차 평양에 갔다가 김일성 생가에 들러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귀를 남긴 전 동국대 교수 강정구가 남조선의 ‘쓸모 있는 바보들’ 중 대표적 인물이다. 천안함 폭침 3개월 후인 2010년 6월 무단 방북하여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이라고 망언한 진보연대 상임고문 한상렬 또한 같은 부류다.

최근엔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남조선의 ‘쓸모 있는 바보들’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관계당국의 허가도 없이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지난달 24일 평양으로 기어들어가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며 주체사상탑 등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26일 평양 만경대를 찾은 그는 머리를 조아린 뒤 방명록에다 '국상(國喪) 중에도 반인륜적인 만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을 대신해 조국 인민에 정중히 사죄드립니다'라고 썼다. 우리 정부의 김정일 조문 불허 조치를 '반인륜·반민족 범죄'라고 고아댄 북한의 억지 주장에 앵무새가 되어 머리를 주억거린 것이다.

평양 개선문에 당도해서는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하나하나가 과학적이고, -중략- 그 얼마나 탁월하신 철학이십니까"라며 개선문 건축을 지시한 김정일을 찬양했다. 이어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 장군님"이라며 안내원과 함께 '김일성 장군 노래'로 한바탕 목청을 뽑았다.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으로 달려가서는 칠판에다 '주석님의 혼과 인민 사랑의 결정체, 김일성대학은 민족의 산 교육장임을 영광으로 받아안읍시다'라는 글귀로 김일성을 향한 애모의 정을 쏟았다. 글귀 하나하나에서 평소에 북한의 선전물깨나 읽어댄 흔적들이 묻어난다.



민주화운동이란 허울을 쓰고 재야에서 친북활동을 펼쳐온 노수희는 1990년부터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창립회원으로 관여해온 사람이다. 그가 속한 범민련은 북한이 대남 공작 차원에서 1990년 남북한과 해외 재야단체들을 연계해 독일 베를린에서 결성시킨 친북·반한 통일전선조직이다. 그리고 범민련 남측본부는 1995년 출범 이후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직접 조종아래 남한 내 친북 통일운동에 대한 지도권을 부여받아 종북단체들의 수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로 인해 범민련은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았고, 그 뒤로도 5차례나 이적단체로 단죄됐다. 그런데도 해산하지 않고 광우병 촛불시위며 평택미군기지 반대, 제주해군기지 반대 등 모든 반 대한민국 투쟁에 앞장서 왔다. 검찰은 범민련 남측본부를 “북한의 지침을 받아 우리 사회에 전파하는 '허브(연락창구)' 역할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노수희의 이적활동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그리고 그가 제 입으로 북한을 ‘조국’이라 부른 만큼 거기 가서 살도록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본인이 원하고 북한이 허용한다면 백 번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이 노수희 같은 남조선의 ‘쓸모 있는 바보’를 평양에 와서 살라고 할 리 만무하다. ‘한 번 조국을 배신한 자는 반드시 두 번 세 번 배신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북한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노수희와 같은 사람은 이용만 했지 막상 눌러 살겠다고 하면 거절한다. ‘쓸모 있는 남조선의 바보들’이야말로 남조선 지하에서 혁명 활동을 해야지 북한으로 들어와 밥만 축내는 식충이 노릇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써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과감하게 폐기처분한다. 그게 공산주의자들의 수법이다.

러시아의 막심 고리키는 소설로 러시아 공산혁명에 봉사하다 1936년 6월 세상을 떴다. 당시 스탈린은 고리키의 장례행렬 선두에 서서 영구차를 끌었다. 그러나 그것은 연출이었다. 훗날 고리키는 스탈린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알려졌고, 그것이 정설로 굳혀졌다. 용도폐기처분된 것이다.

러시아의 공산혁명 지원군에 고리키가 있었다면 중국의 공산혁명 응원군에 대문호 바진(巴金)이 있었다. 그러나 바진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10년 동안 격렬한 비판을 받으며 우귀(牛鬼)라는 이름표를 단 채 외양간에 갇혀 홍위병들에게 맞고 지냈다. 훗날 바진은 “문화혁명 동안 나는 한 마리 소였다"고 술회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쓸모 있는 바보들’을 써 먹을 만큼 써먹으면 폐기처분한다. 그게 공산주의자들의 생리다. 그런데도 ‘남조선의 쓸모 있는 바보들’은 파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언젠가는 자신들도 헌신짝 버려지듯 내팽개쳐진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오늘도 북한정권 품에 안기고자 안달한다. 멋모르고 날뛰는 망아지를 보는 것 같아 짠하고 불쌍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온갖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북한정권의 입장을 철저히 옹호·대변하는 종북주의자들은 더 이상 놓아먹일 수 없다.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가 양심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더 이상 묻혀서는 안 된다. 외부의 적과 내통해 공동체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파멸을 부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국민이라면 북한에겐 ‘쓸모 있는 바보들’, 우리에겐 ‘쓸모없는 바보들’의 허위의식과 기만을 낱낱이 파헤쳐 그들을 무력화, 고립화시키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의 자유와 생명, 재산과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세력까지 끌어안고 갈 수는 없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