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시행을 앞두고 불편해진 교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2014년까지 매년 교사 수를 대폭 늘려 수업 부담을 줄이고, 행정직원도 뽑아 잡무를 맡긴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반대하면서 내걸었던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들어준 셈이다. 대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 교사들의 처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선진국 교사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좋아질 전망이다.
◆ 교사 부담 크게 줄어든다=당장 내년에만 교사 수가 1만1250명 늘어난다. 올해 뽑은 인원(5231명)보다도 두 배 이상 많다. 이 가운데 교과 담당 교사는 7500명이며, 나머지는 보건.사서.상담 등 비교과 교사다. 2007년엔 교과 교사만 6100여 명 정도 뽑는다. 학생 수가 대폭 줄어들기 시작하는 2010년부터는 매년 5000명 정도만 늘린다. 2014년까지 교과 담당 교사만도 모두 5만5000명 뽑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업부담을 줄여 초등학교는 주당 수업시간을 20시간(현재 26시간), 중학교는 18시간(현재 21시간), 고교는 16시간(현재 18시간)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표준수업시수다. 한 단위의 수업 시수는 초등이 40분, 중등 45분, 고등 50분이다. 전교조는 이를 법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교육부는 들어주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주5일 수업 추진이나 저출산에 따른 학령아동수 격감 등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법제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적 입력 등 통계 작업을 대신 하도록 할 전산요원(25개 이상 학급이 있는 학교)과 공문처리 등 행정잡무를 맡길 업무전담요원(모든 학교)이 교무실.행정실 등에 배치된다. 당장 내년에 1700여 명을 뽑는다.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겠다는 게 교육부의 의지다.
◆ 선진국 교사보다도 수업시간 훨씬 적어져=현재 한국 교사의 주당 수업부담을 OECD 소속 국가들의 평균과 비교하면 초등은 1시간 정도 많고, 중학교는 3.8시간, 고교는 3.2시간 적다. 현재 기준으로도 한국의 초등교사는 미국.프랑스.호주보다, 중.고교는 미국.독일.프랑스.호주보다 수업시간이 적다. 교사들이 대폭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인 2014년이 되면 수업 부담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초등의 경우 13.1명, 중.고교는 11.3명씩 많아 외국과의 단순비교는 어렵다. 학교 행정인력의 수가 너무 적어 한국 교사들은 잡무에 시달려왔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2014년께 행정업무를 대신하게 될 전담요원이 모든 학교에 배치되면 "교사들이 잡무가 많아 수업에 전념할 수 없다"는 교원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교원노조.단체가 요구해왔던 근무여건 개선요구를 이번에 수용한 만큼 이제는 교원평가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 교사 승진.근평 수술은 보류=전교조가 폐지나 대폭적인 개선을 요구했던 교사 근무성적평정제도는 이번에 손대지 않았다. 전교조와 한국교총 간 이견이 심한 만큼 교육부가 단독으로 교사 승진 제도를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연공서열 중심의 교장 승진제를 능력 중심 승진제로 개선한다는 원칙만 밝혔다. 경력만 되면 자동적으로 교감.교장이 되는 사다리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전교조는 12월 1일 연가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원평가와 중복되는 근평제도를 그대로 둔 채 교원평가를 강행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교육부는 현재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 근평과 승진제 개선안을 제출한 상태다. 혁신위는 내년 2월까지 교원단체들을 불러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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