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0904 월. 흐림
탈출기 // 어떤 강아지의 신음소리
어제와 오늘 해뜨기 전 이른 아침에 주말농장에 갔다. 어린 배추들이 골고루 흩어져 자라지 않고 몰려서 자라기에 일부를 솎아서 옮겨심기를 하고는 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어제는 약 2시간, 오늘은 약 1시간 반을 일했다.
어제와 오늘의 약 3시간 반 동안 나는 줄곧 강아지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우리 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공장(대동금속산업)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몽둥이를 맞고 우는 경우라면, 잠깐 “깨갱, 깨갱!” 비명을 지르다가 말 터인데, 그런 경우에 개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제는 일요일이고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주인이 강아지를 묶어놓고 밥을 안 주어 배가 고파서 신음하는 소리가 아닐까, 아니면 발목에 철사줄이 칭칭 감겼는데, 휴무일이라서 아무도 풀어주지 않아서 그 고통 때문에 내는 소리가 아닐까, 이런 짐작만 하고 문경댁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식사를 하고나니, 문경댁이
“아까 비둘기들이 와서 무씨를 뿌린 것을 쪼아 먹던데, 그냥 두면 전멸일는지도 몰라요. 가서 그물을 씌우는 게 어떨까요?”
라고 말하기에 9시경에 집을 나서 약 반 시간 남짓 걸어서 우리 밭에 갔다.
그물을 대강 씌운 다음, 공장에 가보았다. 직원들이 출근했을 시간이니까. 주인을 만나 강아지가 운 사연을 물어보았다.
“어미가 그리워 운 것이랍니다.”
라는 대답이었다.
굶어서 그런 것도, 발이 끈에 조여서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참 다행이구나 생각되기도 했지만, 어미를 그리워하는 강아지의 감정 표현이 그토록 절박한 신음소리로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
직접 들어본 사람만이 그 신음소리의 절박한 느낌을 실감할 것이다.
북한 동포들은 가까운 휴전선 길을 못 통과하기 때문에 수만리 먼 길을 헤매어 동남아를 거쳐 들어온다. 8천여 명이 이렇게 신음을 하면서 탈출행로를 걸어온 것에 대해 내가 평소에 자주 분노를 느꼈기 때문에 이 강아지의 신음소리에도 예민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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