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이하 향군) 주최로 개최되는 ‘북핵 폐기 국민대회’에 당초 참가하기로 예정됐던 보훈단체들이 돌연 ‘참가불가’를 선언, 그 배경에 정부의 개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참가불가를 통보한 단체들은 무궁수훈자회,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전몰군경유족회, 상이군경회 등 4개 단체. 모두 국가보훈처로부터 예산지원과 감독을 받고 있는 단체들이다.
향군의 안보사업과 관련한 협력관계에 있는 이들 단체는 그동안 향군이 주최하는 대중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이번 행사 참석도 기정사실화 돼 있던 이들은 그러나 최근 향군이 중앙일간지에 이번 행사 광고를 게재하자 갑자기 ‘불참의사’를 통보했다.
해당 광고에는 ‘북핵 폐기 요구’ 등 이번 국민대회의 취지를 담은 성명과 함께 이들 4개 단체를 포함한 대회참석 단체 명단이 모두 적혀 있었고, 이들은 전화와 문서를 통해 “참석단체 명단에서 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향군측은 ‘이들 단체가 보훈처의 불참 종용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히고 있으며, 보훈처는 이에 대한 사실여부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향군의 한 관계자는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국민대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보훈단체들이 최근 중앙지에 행사광고가 나간 뒤 일제히 참여단체 명단에서 빼달라는 요구를 해왔다”며 “여태껏 향군이 주최하는 안보대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이들 단체가 거의 동시에 이런 반응을 보여 크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참을 통보한 4개 단체와 일일이 확인한 결과, 국가보훈처가 이들 단체에 대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단체들의 판단에 맡겨야지 왜 보훈처가 막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는 “광고가 나가기 전에 열린 대회 참가단체장 회의에는 이들 단체장들이 참석했지만 당시에는 불참하겠다는 그 어떤 표시도 없었다”며 “그 광고를 통해 참석단체명이 노출되자 보훈처가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데일리안의 전화취재 결과 이들 4개 단체 중 질문에 응답한 2개 단체들은 “보훈처가 대회 참석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체 사무총장은 “보훈처에서 연락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우리 상급기관이라서 자세히 얘기하긴 곤란하지만, (보훈처는)대회에 참석하는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돌아가는 꼴이 하도 불안하던 차에 향군이 안보대회를 연다고 해서 너무나 반가웠고, 당연히 참석하려고 했었다”며 “그러나 이젠 내부 회의결과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연금을 수령하는 보훈단체로서 이번 행사 참석이 용인되지 않았다”면서 “감독관청의 요구를 어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불참 종용여부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행사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훈처 단체협력과의 한 사무관은 이날 통화에서 “이들 보훈단체는 그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훈처가 단체들에게 참가 불참을 종용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 부분은 아는바 없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행사를 개최하는 날은 현충일인데, 그날은 호국영령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 아니냐”면서 “이 집회는 시기적으로도, 이분(보훈단체들)들의 뜻과도 맞지 않아 참석하지 않다”고 이번 향군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향군은 그럼에도 당초 계획대로 서울시청광장에서 10만~15만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향군 관계자는 “우리 역시 보훈처로부터 여러차례 행사 취소요청을 받고 있다”며 “우리 행사는 반정부 행사가 아니라, 호국영령을 추모하며 북핵 완전 폐기를 촉구하는 안보행사다. 왜 이런 시의적절한 행사를 정부가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정치적 시각을 일축했다.
그는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 역시 이번 행사의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어떤 정치적 구호나 행위도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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