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놓고 ‘여야 뒤바뀐’ 인사청문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홍준표)는 19일 이규용 환경부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고 자질과 도덕성, 정책수행 능력 등을 검증했다.
이날 청문회의 핵심은 ‘위장전입’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야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내정자가 세 차례의 위장 전입을 했다며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식의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이해가 간다며 위장전입에 대한 공세를 자제한 채 정책질의에 시간을 쏟았다. 위장전입 문제를 지적했을 경우 이명박 후보에게 날선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또 청와대의 이중 잣대도 꼬집었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은 비난받을 일이라면서도,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와대는 “국회가 고위공직자의 인사기준을 마련해 달라”며 공식 제안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근혜 전 대표도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관측에 불과했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을 비판했던 박 전 대표가 청문회에 참석할 경우 당내에 묘한 기운이 돌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당, “위장전입으로 여러 명 낙마”
대통합민주신당 우원식 의원은 “후보처럼 고위공작자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라며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가”라며 직공했다.
같은 당 제종길 의원은 “위장전입 문제는 도덕성을 드러내는 엄격한 기준으로 적용돼 왔고, 총리 내정자 등 여러 사람이 이 문제로 낙마했다”며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은 잘못된 것”이라 잘라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위원장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내정자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신당 제종길 의원이 이 내정자에게 “세 차례에 걸쳐 위장전입한 것은 인정하느냐”고 묻자 홍 위원장이 “부인이 위장전입한 것이지 본인이 한 것이 아니다”며 두둔했고, 제 의원은 홍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변호인이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홍 위원장은 계속해 “장상 총리 서리는 아들의 미국 국적, 부동산 투기 논란이 있었고, 장대환 서리는 부동산 투기 의혹, 특혜대출 문제가 있었다”며 이 내정자 위장전입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 “자식둔 부모라면 위장전입 감안해야”
한나라당 고희선 의원은 “외국어고를 다니다 이공계를 가기 위해서 일반 고등학교로 옮긴 것이 아니냐”며 “바로 이거다, 두둔하고 싶지 않지만, 위장전입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진섭 의원은 “그동안 정치인 등 외부인들이 장관을 많이 했는데, 내부에서 장관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두둔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또 청와대의 이중 잣대를 문제 삼았다. 이경재 의원은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위장전입은 문제제기 하면서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은 가벼운 사안이라고 했다”고 꼬집었고, 정진섭 의원은 “이번 지명에서 대통령은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내정자, “자식들 학교 때문에 이전했다”
이 내정자는 “첫 전입은 큰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돼서 전학을 원해 옮겼고, 두 번째 이전은 작은 아들이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중학교에 입학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내정자는 “세 번째 주소 이전은 작은 아들이 외국어고에서 이공계로 진로를 바꾸기 원해 이전한 것”이라며 1993년, 1996년, 2000년의 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아이들의 학교 문제로 법에 세 번 위반하며 주민등록을 옮겼는데 어떤 사정이든 그렇게 한 것은 잘못됐고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공직생활을 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신경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부동산 취득이나 투기를 사유로 이전한 것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의 위장전입과) 차이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가볍게 처신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반성하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며 자진사퇴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靑, “국회는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 마련해달라”
한편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 “국회에서 행정ㆍ사법ㆍ입법부 고위공직자의 인사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의견이 달라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국민 모두가 인정할 기준을 국회에서 마련해 주면 논란의 소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 내정자의 경우 주소를 옮겼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들 교육을 위한 것이어서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장관에 내정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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