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전 BBK 대표의 입국 과정에 국가정보원과 정치권이 관여했다는 이른바 '기획입국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 최재경)는 27일 김씨의 미국 구치소 접견기록 3년 6개월치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검찰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는 김씨가 2004년 5월 LA 자택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뒤 작년 11월 16일 국내로 송환될 때까지의 모든 접견기록이다.
검찰은 앞서 김씨의 LA연방구치소 수감 동료였던 신모씨로부터 "'LA영사관 소속 국정원 직원들이 구치소로 찾아와 만났다'는 얘기를 김씨한테서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김씨와 함께 미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국내로 먼저 송환됐다.
BBK 사건 특검도 신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이명박 후보를 내 사건의 공범으로 몰아 내가 입국하기 전에 이 후보 낙선을 위한 분위기를 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신씨 등의 진술과 접견기록을 대조, 김씨가 대선 직전 입국하는 과정에 국정원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개입했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기록이 모두 손으로 쓰여 있어 분석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기획입국 시도가 있었는지, 김씨가 구치소에서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는지, 그 과정에 공범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접견기록 분석이 끝나면 김경준씨를 소환해 입국 과정에서 누가 관여했고, 어떤 부탁을 받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접견기록 분석이 끝나도 이를 확인하는 김씨의 진술이 나와야 사실 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간 김씨는 계속 검찰 조사를 거부해왔기 때문에 자칫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그 동안 기획입국설과 관련해 "김씨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수집하지 않았고 김씨의 입국과도 무관하다"고 부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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