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은 뇌관만 많았지 정작 작약은 없다고 봐야해. 하지만 우익은 작약은 많은데 정작 뇌관이 없단 말씀야...”

즉, 좌익은 돈은 없어도 사태를 일으키는 자가 많은데 비하여, 우파는 돈은 많은데 정작 이슈 리더가 없다는 소리였으리라.

헌데, 그런 소리 한지도 어언 10년 가까이 되다보니 문득 새로운 변화를 감지한 게 있었다.

바로 이제는 작약조차 우리가 적다는 것이다.

저들은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기는 순간 월동준비에 철저했다.

일단 대법관들을 이명박 임기 시작되기 직전에 교체하는 식으로 임기제를 악용하여 사법부를 그대로 장악해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송을 끝까지 이명박 정부가 접수하지 못하도록 갖은 발악과 생떼를 부렸고, 급기야는 여론조작을 통한 선동에 이용하는 식으로 이명박 정부를 위협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언론의 힘을 이용한 대기업 ‘삥뜯기’라든지 시민사회활동을 빙자한 각종 지원체제를 강구하는 등 좌익단체들의 자금줄과 조직력을 그대로 온존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좌익의 완벽한 월동준비에 비하여, 우익진영에 있어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우파활동에 대한 지원은 고사하고 접촉이나 연대조차 전무할 정도로 미미하였다.

또한 방송조차도 우파활동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아 우파활동은 거의 자해수준으로 전락하면서 그 동력을 상실해갔다.

이러한 상태를 지속하다보니, 이젠 우익은 뇌관은 고사하고 작약조차 좌익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 되자 결국 ‘이적성’을 기준으로 화살을 정부여당 쪽으로 돌리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에서 호구지책으로 국면전환을 꾀한 것이 겨우 종편채널 허용조치였다.

방송채널의 증가로 인하여 좌파적 시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기존 지상파 3사의 영향력 비중을 줄임으로써 여론의 반전을 꾀하려는 목적으로 보였는데, 종편선정 당시에 우파에서는 대체로 호의적이면서도 한편으론 회의론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회의론의 근거는 바로 공론형성 능력의 결핍이라는 것이었다.

즉, 종편을 추가해봐야 그 지배력이 지금까지 보여준 다른 오락․교양 채널 수준 이상을 벗어나기 어려워 공론형성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그 많은 케이블 채널이 있음에도 결국은 지상파 3사의 보도 태도에 따라 공론이 결정되었던 까닭에 종편채널의 추가가 결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반전상황이 일어났다.

지상파 송출의 70%를 맡아오던 케이블방송사에 의한 재송출이 송출료 문제로 지상파 HD의 송출을 중단해버렸고, 더 상황을 끌고 가면 SD까지 송출을 중단할 태세다.

마침 이때가 하필이면 종편채널 개국 시기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즉, 이는 지상파 3사에 의한 악성공론 조작기능을 종편에 의한 건전여론 형성 쪽으로 틀기에 딱 좋고, 향후 공론 지배력을 갖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기에 케이블방송사에 의한 재송출 중단이 없었다면, 종편채널은 죽도 밥도 못 되었을 것이다.

정말 하늘이 도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아직 SD 화면이긴 해도 그런 것 가지고 불만 없다.

마음에 안 드는 매일경제도 들어있지만, 그래도 신문지면에서는 절대적인 조-중-동 아닌가.

뉴스, 토론, 드라마에 있어서 지상파나 다른 오락채널의 저질성과는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본다.

종편은 어서 개국 축하 쇼 빨리 끝내고 케이블방송사에 의한 재송출 중단으로 생긴 지상파의 공백을 얼른 따먹어야 할 것이다.

하늘이 만들어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덤으로 북한인권이나 우파활동에 대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행하여 주기 바란다.

그래야 지금에 때맞춘 행운을 하늘이 걷어가지 않을 것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