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좀 알고서 이야기하세요", "(학교가)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상위법(초중등교육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연수원 대강당. 서울지역 전체 중·고등학교 교장 699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학교폭력근절 및 서울학생인권조례 이해를 위한 학교장 연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교장들은 학생들의 두발·복장 자유, 집회·시위 자유, 소지품 검사금지 등을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곽노현 교육감이 공포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일선 교장들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교장들의 항의와 야유로 강의가 중단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강의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장인 건국대 한상희 교수가 맡았다. 강의에 참석한 교장들에 따르면, 강의장은 한상희 교수가 띄운 강의내용 화면에 1960년~1970년대쯤에 찍힌 사진이 올라오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완장을 찬 규율부 학생들이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모습이 나왔다. 한 교수는 과거 일제시대나 군부독재 시절의 군사 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하며 학생인권 보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이때 교장들 사이에서 "지금 저런 학교가 어디에 있느냐",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A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은 학생들을 때리면 바로 고발당하고 촬영도 당하는 것이 현실인데 저런 것(과거 사진)들이 현재 시점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며 "학교 사정을 제대로 알기나 하느냐"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개별 조항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자 교장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 교수가 "학생 소지품 검사는 하면 안 되지만, 학생들의 동의를 얻거나 긴급한 경우에는 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B교장은 "칼 같은 위험한 흉기를 들고 온 학생에게 '네 소지품 검사를 좀 하자'고 하면 동의를 구하면 응하겠느냐"고 따졌다.

C교장은 "교과부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했고 학교규칙은 학교장 재량으로 정하도록 초중등교육법도 개정한다는데, 이렇게 학생인권조례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상위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D교장은 "새 학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교과부와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입장이 달라 당황하였는데, 교육청이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만 얘기하니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