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독백.

   저 소리들.

   닭 우는 소리,개 짖는 소리,큰 길에 자동차 내닫는 소리.

   어째서 밤에는 저 소리들이 더 크게 들리는 걸까.

   요란하던 사람들이 입을 닫고,귀를 닫고,눈을 닫고

   사방으로 뻗히던 생각의 문을 닫아서 그런걸까.

   낮에는 소음이던 저 소리들이

   깊은 이 밤에는 마치 나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것만 같다.

   낮은 음성으로 소곤소곤 귀엣말을 들려주려는 것만 같다.

   그 옛날,휘영청 달 밝은 밤,내 지붕위를 날며 들려주었던

   깊은 산속에서의 그 소쩍새 울음 소리가 생각난다.

   내 가슴을 섬뜩 놀라게 하던 그 소리가.

   누구였나.

        오고 가고 나그네 길이요

        그대완 잠시 동행이 되고.

   이렇게 노래한 시인이.

   우리에게 푸른 눈 남겨놓고

   지금은 백골도 진토 되었을 먼저 간 나그네들

   뚝뚝 떨구던 그들의 굵은 눈물덩이와

   빨갛게 흩뿌려 마치 진달래 꽃잎 같던 그들의 선혈,그리고

   휘적휘적 걷던 그들의 걸음걸이에서 묻어나는 진한 슬픔을

   진정 모르기를 바랬던 가냘펐던 시절의 우리들.

   문득,내 자신이 낯설어진다.

   아니,내 자신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사람이 누구지?

   지금 두 손을 놀리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사람 말이야.

   ♣알어? 

       아니, 몰라.

   ♣본 적 있어?

       음...몇 번 본 적은 있는데,누구냐고 물어보진 않았어.

   ♣왜?

       그냥,괜히 무섭더라고.말해줄까봐.

   ♣생긴건 어때,마음에 들어?

       그저 그래.근데,다른 사람하고 다르게 생긴 것만은 틀림 없어.

   ♣이 사람은 왜 산대?

       그냥 사는거래.누구에게 떠밀려서 산다나봐.

   ♣억지로 산단 말이야?

       전엔 그랬는데,지금은 아니래.지금은 지가 앞서 나간대.포기 했나봐.

       빨리 끝내고 싶대.

   ♣이 사람도 밥먹고,똥누고,잠 자고 그러지?

       그렇긴한데,그게 무척 불만이래.

   ♣다른짓도 해?

       안 한대.이 사람 말은,자기는 지금 낭떨어지 앞에 서 있대.

   ♣한번 물어 봐,누구냐고.

       그러다가 정말 말해주면 어쩌려고! 안 돼.못해.무서워.그냥,모르는게 나아.

   ♣그러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 사람이 불쑥 말해주면 어떡해?

       나도 그럴까봐 두려워.

   ♣안 됐다.

   칠흑 같은 어둠.

   해도 달도 뜨지 않는 너른 들판.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한그루 나무 같은 그.

   지쳐 쓰러질 무렵

   그의 망막에 비춰지는 점 하나

   모래알 만한 그 무엇.

   저게 뭐지?

   빛인가?

   그래,맞아.빛이야.틀림 없어.

   달리기 시작 한다.미친듯이.오래 오래.

   하지만,아무리 달려도 빛은 커지지 않는다.

   달음질을 멈춘다.그러면서 깨닫는다.

   저 빛에 도달할 수 없음을.

   옷깃 여미고,신발 끈 고쳐 매고,호흡을 고른다.가늘고 길게.

   그리고는 천천히 걷기 시작 한다.

   도달할 수 없는 그 빛을 향해.

   도달할 수 없음에 외려 가슴 찡한 행복을 느끼면서.

   먼동이 터 온다.

   그녀는 알까?

   누군가 지금 잠들어 있는 자신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강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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