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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03년 10월14일 오전 9:44

"떠나려면 지금 떠나라"..FT,이례적 비판
[머니투데이]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례없이 신랄한 어조로 노대통령의 행보와 한국의 현 정치상황을 비판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FT는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인권 변호사이자 비주류 정치인 출신인 노대통령의 개혁적 성향과 깨끗한 도덕적 이미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언론이어서 최근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더욱 주목된다.
FT는 13일자 사설과 외부기고를 통해 최근 한국의 정치위기 상황과 노대통령의 행보를 자세히 소개했다.
먼저 이 신문은 "노(노대통령) 떠나려면 지금 떠나라"(If Roh is going, now is the time)는 제목의 외부 기고문에서 12월 중순 국민투표로 재신임 묻겠다는 노대통령의 돈키호테식 행동으로 인한 혼란은 현재 한국이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며 노대통령의 선언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도박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기고문은 또 재신임 투표에 대해 노대통령이 지난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초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번에 3번째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한 '고도의 속임수'(hard trick)를 구사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고문은 이어 한국은 더 이상 지금 같은 정치적 혼란 상황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노대통령도 이해해야 한다며 (재신임 투표보다) 더 나은 선택은 솔직하게 오류를 시인하고 당장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또 "노대통령의 의문스런 정치"(The curious politics of President Roh)"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노대통령의 돌발적인 재신임 투표 결정은 최근 아놀드 슈워제너거를 주지사로 당선시킨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가 미국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만큼이나 한국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노대통령이 지난 2월 집권 이래 경제 침체와 노조의 파업사태, 북핵 위기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데다 의회를 장악한 야당과 보수 언론들의 공세로 정국 운영이 파행을 겪어 오던 중 지난 주말 전격적인 재신임 투표 제안을 내놨다고 소개했다.

사설은 이 같은 제안 후 최근 25%까지 추락했던 노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론 조사 결과는 다수가 투표에서 재신임을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책략(ploy)'이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사설은 그러나 노대통령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국민투표가 그가 바라는 것과 같은 국민들의 명확한 지지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 같은 시도는 그와 한국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재신임 투표는 합헌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정치적 불안이 심각한 한국에 위험한 전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이 신임을 받지 못할 경우 미래의 대통령들도 지지 기반이 약해질 때마다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설은 또 노대통령이 지지자들과의 협의없이 내린 미숙한 결정은 내년 4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예상되는 패배를 뒤집기 위해 국민투표를 활용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신임 투표보다 더 나은 방법은 경쟁 세력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당선되도록 길을 열어주고 국민들이 내년 선거에서 명확한 대안을 갖고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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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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