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줄타기'를 즐기는 정치인과 경제인
검은고리 정경유착은 이제 그만, 깨끗하게 새출발해야한다
이대로
요즘 방송과 신문을 보기가 싫다. 재벌과 정치인들이 풍기는 구린내 때문이다. 어느 정당이 수십, 수백 억을 차 떼기 했느니, 어느 후보 오른팔이 불법자금을 받았느니 날마다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고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논의를 해야 할 대통령과 각 당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만나 불법정치자금 때문에 서로 잘났다고 물고 뜯는 꼴을 보면서 더욱 답답한 심정이 든다.
지금 국민과 나라를 위해 서둘러 해야 할 일과 통과시켜야 할 법이 많은데 밤낮 싸움질이니 짜증이 난다. 똑같이 기업인들에 발목이 잡혀 있으며 서로 저는 잘하고, 남은 잘못했다니 답답하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살이가 힘든데 재벌과 정치인들 때문에 더 살맛이 떨어진다. 이왕에 곪아터진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이참에 깨끗하게 정리하자. 지저분한 정치인도 쓸어내고 재벌들의 못된 버릇도 고치자.
재벌들은 거짓 회계장부를 만들어 회사 돈을 빼돌리고 불법행위를 떡 먹듯 하고도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기색이고 경제가 어려우니 슬그머니 넘어가자고 한다. 돈 먹은 정치인들 또한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재벌들과 정치인들은 법과 제도를 비웃고 국민을 속이고도 양심의 가책도 느끼는 거 같지 않다. 오히려 자신들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있다. 국민들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온다.
▲법정에 선 노태우전대통령과 전두환전대통령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이 마찬가지 옥살이하고 김대중 정권 때 소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지원이 수백 억을 먹었다고 감옥에 가고 권노갑은 승용차에 50억원을 실을 수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한나라당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실은 트럭 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들은 부끄러워하거나 죄의식을 갖지도 않으니 앞으로 깨끗해질 거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민은 분노를 넘어 불안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12년 전 노태우 대통령 때 재벌들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야 나라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니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아무 말 못하고 재벌들 손을 들어주는 상식 이하의 행위를 하는 걸 보면서 참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뺏지만 나라 경제가 더 어려워졌기에 이제라도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해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민족자주문화를 일으켜, 그 바탕에서 경제를 살리자고 건의해도 재벌들이 반대한다고 국회는 논의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답답했는데 요즘 꼴을 보니 왜 정치인이 경제단체에 쩔쩔매는 지 알 것 같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재벌들의 돈에 발이 묶였으니 그들의 비위에 거스르는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니 정치인들이 재벌에 끌려 다니고 외세에 짓밟혀 국민을 위한 바른 정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전경련과 경총, 그리고 정당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보인다. 그곳에선 구린내와 썩은 내가 물씬 풍긴다. 그러니 깨끗한 사람도 그 곳에 얼씬만 해도 지저분해지고 더러워지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면 근본이 잘못된 것이다. 언젠가 불법 정치자금에 관한 양심고백을 한 김근태 의원이 "정치인은 위험한 줄타기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며칠 전 열린우리당의 몇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가 보수파가 내세울 만한 가장 깨끗한 인물인데 그 판이 지저분하니 말려들었다."며 아까워하는 말을 하는 걸 보았다. 정치판이 썩었고 그 체제가 그래서 그 집단을 위해 일하다보니 희생양이 된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이제 불법 정치자금이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는 정치 분위기를 바꾸고, 깨끗한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게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히려 재벌들로부터 돈을 잘 뜯는 정치인이 유능하고 국회의원을 오래하고 대통령까지 넘보는 세상이어선 안 된다. 재벌들의 돈에 발목이 잡힌 정치인들을 쓸어내고 정치판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과 공무원들도 재벌들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감정과 돈과 학연의 쇠사슬에 묶인 국민이 각성해야 한다. 바르고 깨끗한 정치인과 정당을 찾아 밀어주어야 한다. 한 고향사람이 만든 정당이라고 해서, 자기 학교 선후배라거나 돈을 주는 사람이라고 무조건 찍는 못된 습성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날 자기 지역은 푸대접을 받았으니 또 지금 정권을 빼앗겨서 서럽다면서 자기 고향사람들을 밀어주자는 건 스스로 똥물을 뒤집어쓰는 짓이다. 선배나 고향사람이라도 잘못하면 쓸어내자.
또한 겨레정신이 담긴 겨레말과 자주문화창조 최신 무기요 도구인 한글을 살리고 잘 이용해 자주문화를 창조하자. 이 일은 세종대왕의 정신과 정치를 본받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과 바탕에서 교육, 정치, 경제, 과학, 예술을 일으키고 각 분야에 잘못된 관행과 근본을 바로 세우자.
지금 이 나라는 경제 위기에다가 정치위기가 겹쳤고, 민족문화와 국민정신위기까지 왔다. 한 정치 평론가가 지난날 잘 나가던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까지도 21세기엔 부정부패 때문에 주저앉을 것이란 예언을 한 기사를 읽은 일이 있다. 깨어있는 국민들이 중심을 잘 잡고 뻔뻔스런 부정부패 정치인과 경제인을 몰아내자. 자포자기 하지말고 이 기회에 정치문화를 한 단계 높일 길을 만들자. 싫은 소리는 지는 해와 함께 떠나보내고 새해엔 밝고 희망찬 이야기만 하고 싶어 쓴 소리를 했다. / 본지 고문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입니다.
2003/12/17 [02: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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