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족 해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CBS는 네차례에 걸쳐 경제 불황으로 인해 해체된 가족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극심한 경제불황에 가족 해체 가속화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리는 해체가정, 여성 가장의 모습'을 취재했다.
매서운 겨울 한파는 지하철 역사 안에서도 쉴 새가 없다. 온 몸이 덜덜거리는 한기 속에서 판자 위에 쌓아둔 화장품 더미를 바라보는 신모씨(47).
1년 전부터 급속히 악화된 퇴행성관절염으로 이미 왼쪽 팔과 다리는 마비돼 버렸고 오히려 추위에도 떨리지 않는 그런 팔 다리가 고마울 지경이다.
처음 좌판을 벌인 지난 13일에는 꼬박 10시간 동안 화장품 네 세트를 팔아 4000원을 손에 쥐었지만 이튿날은 점심 나절이 다 되도록 한 세트도 팔지 못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하노라고 했지만 물건을 대준 화장품 회사 직원은 신씨의 수완이 못미덥기만 했다.
직원의 타박에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는 신씨. 그나마 아무런 가진 것 없는 자신을 믿고 물건을 대준 화장품 회사 직원이 고마울 따름이다.
10시간 동안 화장품 네 세트 팔아 4천원 손에 쥐어
여유를 가져본 적은 없어도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작은 레스토랑까지 운영했던 신씨였다.
하지만 불의의 화재로 레스토랑을 잃고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은 신씨 부부는 'IMF구제금융 위기'를 지나면서 끝도 없는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노점상과 파출부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봤지만 빚은 늘어만 갔다. 빚에 쪼들린 신씨의 남편은 점점 바깥을 돌기 시작했고 부부는 이혼을 선택했다.
신씨는 "빚을 감당 못하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날 그냥...노숙자 생활도 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며 "못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홀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떠맡은 신씨. 2년 전 이혼 직후 둘째 아들은 충격 때문에 정신질환까지 얻었다.
신씨는 "애 아빠랑 완전히 이혼을 하고 나서부터 혹시 자기를 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헛것이 보인다 그랬다"며 "애들이 어쩌구 저쩌구 그런다 그러면 눈을 찌르는 등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빚더미에 이혼, 그 충격으로 둘째 아들은 정신질환 얻어
하루하루 눈을 뜨고 맞는 아침이 악몽인 생활.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주변을 정리한 뒤 세상을 등질 결심까지 했다.
"셋이서 껴안고 울었다. '이제 죽자' 그랬더니 큰 애가 '고등학교까지만 졸업시켜줘 그럼 내가 알아서 살께' 그러더라구. 그 때까지만 살아보고 안 되면 같이 죽자 그러더라구..."
습관처럼 굶은 탓에 이제는 배도 고프지 않지만 보증금도 바닥을 드러내는 반 지하 사글세방에 있는 두 아들이 라면이라도 먹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신용불량인 채 몸까지 온전치 않아 구직의 엄두도 못 내는 신씨는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질병 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해 근로능력이 있다며 정부지원금도 받지 못했고, 이번 달부터서야 받게 되는 60만원 정도의 지원금도 신씨의 굳은 표정을 펴게 하지 못했다.
온 가족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던 기억. '더 내려갈 곳도 올라갈 길'도 없다는 신씨에게는 너무도 오래돼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기억이다.
CBS사회부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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