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9일 오전 경기도 연천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수류탄·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공개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김 일병의 우발적인 사고로 보인다"고 발표했으나, 사전에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사고현장에 급파된 국방부 관계자들은 '계획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심리 상태에 놓인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사고현장을 둘러본 윤광웅 국방장관도 "지나치게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참혹했다. 국방부는 당초 이 사건을 저지른 김 일병의 정신병력은 없다고 밝혔으나, 사건현장은 김 일병이 정신적 패닉 상태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벌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는 것이다.
평소 다른 선임병으로부터 '욕설과 놀림'을 당했다 해도, 1명을 겨냥해 우발적으로 1발의 총을 쏴 숨지게 한 게 아니라, 수류탄 1발과 K-1 소총 44발을 쏴 8명을 숨지게 했다는 것은 김 일병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강박증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김 일병이 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이 일을 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번 사고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매우 치밀하게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김 일병이 눈에 보이는대로 사람들을 무차별 난사한 점
▲근무지에서 후임 근무자를 깨우러 가겠다고 하고 내무반의 다른 총기를 훔쳐 범행을 저지른 점
▲수류탄과 탄창을 내무반에 들고 들어간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김 일병이 갖고 있던 총에 실탄에 없어서 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난사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김 일병을 만난 같은 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일병이 사고 직후 넋이 빠지거나 부들부들 떨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차분해 놀랐다"며 "부대 사병들은 수류탄 소리나 총소리를 듣고는 '북한군이 온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김 일병, 국방부 함동조사단에 "계획된 범행"이라고 자백
김 일병도 이날 "계획된 범행"이라고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일병은 이날 탄알 25발이 든 탄창 2개와 수류탄 1개를 가지고 내무반으로 들어가 자고 있던 정모 상병의 소총을 훔쳐 탄창을 끼운 뒤 먼저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져 폭발시켰다.
이후 김 일병은 상황실을 장악하기 위해 복도로 달려가다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소대장 김 중위와 마주치자 김 중위를 사살했다.
김 일병은 후임 소대장 이모 중위를 사살하기 위해 상황실로 갔지만, 이 중위가 문을 잠궈 살해에 실패하자 취사장으로 달려가다 취사장에 있던 취사병 이건욱 상병을 또 사살했다. 그 다음 김 일병은 두 번째 탄창을 갈아 끼운 뒤 다시 내무반으로 들어가 아수라장이 돼 있던 내무반을 향해 다시 총을 쐈다.
김 일병의 자백을 반추해볼 때 이 사건은 우발적인 단순범행이 아니라 언어폭력을 비롯한 군대 내 각종 인권문제에 시달리던 김 일병이 작정하고 사고를 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김 일병에 대한 언어폭력 이외에 구타 등의 폭력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여러 의혹이 일고있는 만큼 명쾌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만일 국방부가 이 사건을 표면적으로만 처리한다면 끝끝내 풀리지 않는 '군대의 미스테리'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방부가 한 점 의혹 없이 성실하게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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