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군 인적자원 개발 종합계획안'을 마련했다. 대학재학 중 입대한 병사들에겐 연간 최대 9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대별로 PC 16대를 설치, '군 e-러닝 포털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대학별 온라인 강좌와 연계키로 했다. 대학에 다니지 않았던 병사들에겐 공무원 시험이나 국가기술 자격시험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했다.
군 복무기간 중 외국어.컴퓨터를 익히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잃어버린 시간'이니 하는 병사들의 불만도 상당히 사라져 병영문화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지나치면 화가 된다. 군에서 대학 학점까지 이수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군대까지 와서도 대학 출신 여부로 갈라진다면 위화감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 제대 후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병사도 상당수다. 또 과연 병영 안에서 이런 학점 취득이 옳은 방법인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각 부대에서 실시되고 있는 중장비 등 각종 자격증 획득을 위한 교육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부대에선 학력이 좋은 병사들을 따로 모아 집중적인 교육을 시켜 자격증을 따게 한 뒤 이를 실적으로 보고한다고 한다. 지휘관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류대 법대 재학 중인 병사가 제대 후 별 쓸모가 없을 위험물 취급 자격증을 따는 코미디도 벌어진다. 이런 마당에 대학 학점 이수까지 허용한다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병사들의 자기계발 대상은 대학재학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어학.컴퓨터 등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군대는 '대학'이 아니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력 배양이 우선인 특수조직이다. 병사가 모두 앉아서 대학 학점이나 따고 있으려면 그런 군대를 무엇 하러 보내겠는가. 그런 인기영합 정책보다는 차라리 복무기간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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