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사회가 또 한번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초·중등학교는 정부의 교원평가정책으로 교직단체와 학부모단체의 갈등이, 대학은 서울대의 대학입시정책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교직단체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현장 교원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교직사회의 갈등과 대결의 역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요즘 국민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불안이 남다르다. 예전에는 교직갈등 현상들이 이해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지금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당과 교직단체, 학부모단체, 시민단체와 누리꾼들까지 합세한 총체적인 사안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교직사회 교육정책의 쟁점사항들이 이념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커녕 점점 더 대립각을 치켜세우고 대결과 갈등으로 첨예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교직사회의 오래된 쟁점들인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평등주의와 수월성주의, 자율성과 공공성 등의 이념적 대결이 격화되어 집단간 투쟁에 특정 개인마저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지식정보사회가 지향하는 다원주의적 사회현상의 일환으로 교육정책의 주요 핵심사항들이 부분화에서 대중화로 전환하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직사회의 갈등과 대결현상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교육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국민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합적 조정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최근 정부가 교육정책 실현을 위한 통합적 조정기능을 상실하여 집단간 갈등현상만을 초래함으로써 학교 교육력에 대한 회복은 그저 요원할 뿐이다. 지난 몇 년간 교육정책 추진에서 통합적 조정기능의 미흡은 곧바로 정부와 교직단체, 시민단체와 학부모, 정치권들 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학교현장을 정치쟁점화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정 당시부터 제31조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유난히 강조하여 왔다. 교육기본법 제6조에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전파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숭고한 정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의 문제가 교육정치의 문제로 변질되어 초·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훼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됨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약화되어 교육혁신이 요구되는 주요 교육정책들이 잇달아 좌초되고 있다.
오늘날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계획과 실현의 불일치는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교원평가에 대한 정부의 교육정책 모습은 흡사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늑대와 양치기’를 연상하게 한다. 자칫 교육혁신의 의지가 실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직도 교직사회에 해묵은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대학본고사, 기여입학제 및 고교등급제와 같은 정부의 ‘3불 정책’이다. 정부가 ‘3불 정책’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민적 담론을 형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교육정책은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며, 교육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반영되어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 ‘3불 정책’을 고수만 할 것인가 ! 참여정부가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참여가 확대시키고는 있으나 여전히 제한된 사항에만 국한하여 참여시킴으로써 집단간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해묵은 교육정책을 해소할 수 있는 ‘3가 정책’을 위한 국민적 지혜를 모을 때이다.
지식정보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기존 학교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조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잠재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율에서 자율로, 독점과 집중에서 분권과 탈집중화로, 닫힌 교육에서 열린 교육으로 교육공동체의 의식전환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공동체가 대응하는 모습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교직사회 구성원들이 민주적·개방적·전문적으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공동체의 배경만큼이나 이를 실현하려는 관점과 방식, 속도 등이 다양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답답한 오늘의 교직갈등을 넘어서는 솔로몬의 지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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