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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7% 달성" 최대 공약(空約)
참여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부 혁신"을 부르짖으며 관료 사회 개혁을 추동했다.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
도 "혁신"을 위해서였다. 이에따라 부처별로 연초 업무계획을 작성할 때 목표치를 제시하고 달성
정도에 따라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도 출범 전 "국민과의 약속" "국민과의 계약"인 "공약"을 제시하며 목
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2년 6개월 평가의 기준으로 옛 "공약"을 들먹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기준에 비춰볼 때 노 대통령의 중간 성적표는 어떨까.

◇연 7% 성장, 그러나… = 노 대통령은 "단기 처방" "인위적 부양"을 거부한다. "진통제
"보다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믿는 의사에 가깝다. 그런 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장밋빛"이
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노 대통령의 경제 공약 중 가장 회자됐던 게 바로 7% 성장. 카드 남발 등으로 불을 지핀 상태에
서도 5%대였던 성장률을 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믿은 이는 거의 없다.

여성 인력 등을 활용,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지
만 7%는커녕 목표의 절반도 될까 말까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대표적 공약(空約)이 됐다.

성장률의 허구는 공약의 동반 부실을 불러왔다. 매년 50만개의 일자리 창출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청년 실업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 여성 일자리 창출을 고민할 여
력도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공약이 실패한 것이 뼈아프다. 규제 완화 등을
얘기하고 이해찬 총리까지 나서 규제 폐지를 이끌고 있지만 기업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
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국토균형 발전이란 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에 짓눌려 있다. 기업들의 기
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법인세율 인하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성장은 부재, 분배는 부실 =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 확립 및 성장잠재력 확대는 참
여정부 2년 내내 화두가 됐지만 아직까지 요원한 과제다.

한국의 미래로 제시한 ▲수도권 동북아 금융 중심지 육성 ▲수도권 첨단 IT 산업 중심지 육성
▲동북아 물류 중심 등은 "제자리걸음"중이다. 동북아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내건 "동북아
개발은행" "동북아에너지 협력기구", "동북아 철도공사" 등의 창설계획은 진전이 거의 없거나 사
실상 폐기됐다.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차세대 부품소재 산업 육성 ▲IT 등 차세대 신성장
동력 발굴 육성 등도 "계획 수립"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고 분배와 복지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올 들어 "저소득층 대책" "빈곤층 대책" 등을 내
놨지만 국민의 정부 때의 "생산적 복지"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한편에선 성장의
부재라는 비판을, 다른 편에서 복지의 실종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된 셈이다.

◇사라진 "신행정수도" = 노 대통령의 최대 공약은 "신행정수도 건설". 국토균형 발전으
로 가기 위해 갖춰야할 무기였다. 그러나 "국토균형 3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한 발짝씩 앞으
로 나가던 공약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결국 무산됐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선회했지만 당초 가졌던 원대한 구상은 사라졌다. 실제 추진 과정에
서 실패한 공약이 된 셈이다. "행복도시" 건설을 비롯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은 아직 평가하기
이른감이 있다.

반면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고 지방재정발전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주민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지방 분권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개혁 절반의 성공..손 못 대는 "뜨거운 감자" = 참여정부 초기 집중적으로 부각됐던
경제 개혁 공약들은 완성된 게 적잖다. 우선 논란이 됐던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과세는 큰 저항
없이 마무리됐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역시 도입돼 숙원을 풀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재벌금융사 주식 의결권 제한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 등
재벌 개혁과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과제들은 성과를 냈다. 특히 이같은 개혁 과제들의 경우 취임
첫해 마무리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다만 재벌기업 금융기관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를 도입하는 방
안은 중장기 검토 과제로 넘겨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또 "뜨거운 감자"로 받아들여지는 이슈에 대해서는 정치권 탓만 할 뿐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
황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비정규직 보호 대책, 국민연금 개혁 등이 좋은 예다.

박재범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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