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교육은 연금술이다_
얼마전 한 학자가 21세기는 성실한 사람보다 창의적인 사람을 원한다고 주장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 사람의 기발한 착상이 다수에게 생존의 여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성실한 노고는 그런 점에서는 효율성이 낮다는 논지였다.
신문지상에, 그것도 제한된 지면을 이용하여 표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 주장은 지극히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변화의 속도나 파급효과가 종전과 달라졌다고 해도 성실성이라는 덕목을 폐기되어야 할 인습적 사고로 단번에 낙인 찍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다. 대조를 통해 차별화하는 습성은 상충하는 가치의 공존과 다양한 가치의 협응이 세월을 요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배제해 버리는 권력투쟁적, 혹은 이념지향적 사고의 산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오늘날의 한국 교육을 돌아볼 때도 이러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의 교육은 통제권력의 압력 아래서 단선적인 이념과 절차를 강요받고 있다. 교육부의 입시관련 `3불정책'에 이어 논술고사 관련 `4불정책'까지 더해진 상황은 통제권력의 극단을 예견하는 듯하다.
이는 마치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자기 집 정원에 피라미드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 크리스털 상인의 생각을 제도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역만리의 피라미드를 직접 관찰하고자 하는 소망을 인정하지 않고 피라미드를 자기 집 정원에 세우려는 것은 가공된 지식을 신속히 주입해 근대화를 가속하고자 했던 시절을 상기하게 한다.
3불..4불..이념지향 사고 반영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던 과거의 그때가 아니라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고 미디어를 통해 증폭되며 또 그것의 경제적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교육의 경제적 효과를 무시한 채 통제 권력의 지배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현실이다.
교육은 일종의 연금술이다. 어떤 쇠붙이든지 금으로 만드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통제권력이 스스로 `철학자의 돌'임을 강변하고 있을 때 교육은 연금술일 수 없다. 통제권력은 단선적인 이념이나 절차에 어긋나는 어떤 쇠붙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티아고가 피라미드를 직접 보고자 했던 욕구나 우리 사회의 교육현안인 자립형 사립고, 조기 해외유학 등에 대한 탄력적인 수용이 없이는 연금술의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통제권력은 사교육비 저감이라는 존립명분을 실현하지 못한 채 정치권력의 보호책으로만 잔존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관한 한 정치권력은 다양한 욕구를 단선적 이념에 따라 통제하지 말고 그것을 적절히 관리하고 경영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금'의 경지는 개인의 자아실현이 국가발전의 일부분이 되는 지점이다. 산티아고가 실질적인 권력의 현신인 크리스털 상인의 지침과 달리 이역만리의 피라미드를 직접 찾아가고자 한 것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아실현의 양태가 다양하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자립형 사립고, 조기 해외유학 등도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적 집단의 다원화를 기득권의 세습을 위한 부유층의 자가증식책이라 매도할 것이 아니라 체증에 걸린 듯한 한국 교육 현실의 대안으로 인정하며 장기적인 사회발전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한 때다.
"다양한 욕구" 통제보다 관리를
자립형 사립고는 역량 있는 미래의 주역을 훈련하는 요람으로 육성함으로써 일반 고등학교의 발전모형을 제공할 수 있으며, 조기 해외유학 역시 한국 교육 현실의 도피책이나 계급투쟁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미래 한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유능한 인재를 해외에서 교육시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전략적 도구로의 이용이 가능하다.
개인의 다양한 욕구는 현대사회의 원동력이다. 자아의 욕구가 다양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그 욕구를 실현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현상의 수용력에 한계가 있다는 증거일 따름이다. 보다 성숙한 사회를 지향할 경우 우리는 다양한 욕구를 통제하기보다 그것을 수용하고 용납하며 관리하는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현재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인도의 `식민지'로 일구어가는 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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