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투쟁을 앞세우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좌든 우든 상호간에
합의해야 할게 있는 거죠. 서유럽은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다 합의를
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큰 정부 작은 정부 이런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본문중에서)
다요기: 유명한 시사평론가이자 논객이신 진중권교수님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시
사 프로그램 방송진행도 하시고 계시고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요.
진중권: 최근에는 너무 바빠졌습니다. 인터넷을 하지 못할 정도이고 그나마 눈팅
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정신없이 허겁지겁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요기: 그래도 서프라이즈에서는 글이 보이던데요.
진중권: 그 글은 내가 쓴 게 아니에요. 요즘은 서프라이즈에서도 활동을 안 하고
있습니다. 기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서프라이즈 쪽에서 내가 방송 멘트 한
걸 갖다 쓴 겁니다. 그렇게 된 거지 활동할 시간도 없어요.
다요기: 그렇게 된 거군요. 활동을 못한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논객이시니까 드리
는 질문 입니다. 보수 논객들 중에 기억에 남는 논쟁 상대가 있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겠습니까?
진중권: 글쎄요. 조갑제씨나 신지호씨 정도 될까요? 될 수 있으면 논쟁을 안 하려
고 하는데..
다요기: 얼마 전 신지호씨와 똥파리논쟁을 하신 적이 있죠?
진중권: 그 논쟁 중에 한 가지 분명하게 해 둘 것은 박정희가 똥이라는 것은 아니
었습니다. 그건 좀 심한 평가입니다.
다요기: 논쟁을 안 하려고 한다고 하셨는데, 논객은 논쟁을 바탕으로 존재하는것
아닌가요?
진중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방송도 4월까지 하고 정치적인
글쓰기를 안 할 생각이예요.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째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 제
전공이 이쪽이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방송을 진행하면서 책도 하나도 못
읽고있어요. 4월부터 방송 접고 칼럼도 이제 안 하려고 합니다. 만약 글을 쓰게
되면 예술 문화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주변에는 두어 달 전부터 이야기 해
놨습니다
다요기: 조갑제씨와는 동아일보에서 토론을 했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진중권: 그건 따로 따로 받아서 각자가 따로 답변 했던 것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
령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다요기: 사람들은 진중권교수님을 진보 지식인이라고 분류 하고 있습니다. 보수
세력의 조갑제씨와 같이 진보를 대표하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는데 진중권씨가
보는 조갑제씨는 어떤 인물인지요?
진중권: 조갑제씨는 옛날엔 꽤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이죠. 하지만 지금은 자신
을 꽤 스스로 희화화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는 게 황당합니다. 언젠가
부터 쌀가마니 매단 풍선 북한에 보내자라는 수준이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라"는 말이나 "강남 부자들 친북 좌
파들보다 못하다"라는 이런 발언들을 보면 희화화 하는것 같고 코메디언 비슷하게
되어 버린 것 같아요. 보수진영에서도 부담스러워 하고 조선일보도 이 분하고 거
리를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오른쪽을 대표하고 있는 분입니
다. 보수진영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왜나면 이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보수진영의 논리로 채색하기 쉽죠. 그리고 그
반론으로 보수를 공격하가 쉽습니다. 나도 그렇게 할 때가 있죠. 예를 들어 조선일
보를 씹을 때 조갑제씨의 주장을 예로 들어 '이게 조선의 논조다' 이렇게 공격을
하기 쉽지 않겠습니까?
다요기: 연세가 들어가면서 더 보수화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진중권: 글쎄, 어쩌면 먹고사니즘에 의한 것 일수도 있죠. 최근엔 보수진영도 많이
바뀐 것 같은데요. 한나라당도 합리화 됐고 그런 와중에 조갑제씨의 논리는 보수
진영에서도 환영을 못 받게 됩니다. 굉장히 이념적이죠? 합리화한 보수로 갈 수
있는 분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약 10만 명 정도는 조갑제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10만 명 정도면 한 사람을 먹고 살리죠. 결국
자기 먹고 사는 문제로 가는거 같아요.
다요기: 다요기도 그렇고 뉴데일리도 그렇고 보수 우파 진영이 논리에 함몰이 되서
그런지 모르지만 극우로 매도 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탈피하고자 뉴라이트
운동도 시작 되었을 텐데, 뉴라이트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진중권: 일종의 리사이클링 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 떨어진 보수의 이념들
을 다시 한번 리사이클링 하는 것이라고 보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조용히 난지도
에 묻어도 되는 문제입니다. 이젠 이념 투쟁을 하는 시대가 지났습니다. 이제 탈
이념화 시대인데 이념운동 자체가 수구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보수는 시대에 맞추
어 환골탈태 해야 합니다.
다요기: 보수의 환골탈태라면...?
진중권: 시대적 감각으로 보자면 뉴라이트 보다 한나라당이 차라리 더 합리적입니
다. 뉴라이트가 내세우는 자유주의에는 세 분류가 있는데, 뉴라이트 사람들을 내가
만나본 바에 의하면 자유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유주의에도
로이스, 하이에크 등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공동체 자유주의도 넣고 존 롤즈도 있고
로직도 있고 말이죠. 그런데 자유주의 버전과 공동체주의가 논리적으로 충동을 하
고 있습니다. 이걸 무리 없이 결합 하는 건 어려운 문제인데 이념의 이해가 없어요.
그런데다 인물들을 보면 새로운 사람도 없고 구 올드 라이트가 다 다시 모인 것 같
습니다.
다요기: 하지만 신지호씨는 레프트 출신이지 않습니까?
진중권: 신지호씨만 피디계열이죠. 나머지는 다 주사파고요. 문제는 좌우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극단성이 문제라는 거죠. 뉴라이트라는 이름은 진영만 옮기는 것입
니다. 주사파가 얼마나 극단적입니까? 그런데 극단성에 대한 반성으로 뉴라이트가
된 것이 아니라 이념의 추만 바뀐 것입니다. 상당히 극단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죠.
우선 시장만능주의가 극단적입니다. 이념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시장경제가 중요하
느냐 이거가지고 논쟁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시장경제는 누구나 다 인정하고 시장
경제를 우선하게 되면 양극화는 전세계적으로다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완화시키느
냐 하는 게 문제죠. 그게 문젠데 좌파냐 우파냐 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냐 하는 겁니
다.
낡은 이념은 탈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극단적으로 가게 된 것은 전문적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구성이 되어서 이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또 나
오는게 빨갱이 사냥입니다. 올드라이트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현 정권도 뻔한 겁니다. 노무현정권을 좌파 정권으로 보이는 눈이 얼마나 황당합
니까? 노무현 정권은 서유럽에서 보면 극단적인 우익에 속하는 신자유주의적 논리
를 가지고 있습니다. 양극화 문제만 해도 그렇고... 프랑스를 보세요. 우리의 경우
와 비교해보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엄청난 법안을 한나라당과 열린
당이 합작해서 추진하고 민노당은 점거하고 있고.. 그런데, 좌파다 빨갱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한심 합니다.
다요기: 인터넷신문 레디앙에 참여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중권: 아까 말씀드렸듯이 정치 칼럼은 아니고 인문학 산책 이런 쪽으로 할 겁니
다. 인문학 쪽으로 말이죠.
좌파들의 문제는 패러다임에서 뒤져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좌파들의 틀이 산업
사회 패러다임이라는 거죠. 산업 프롤레타리아들입니다. 그런데 사회는 전부가
정보 패러다임으로 진입을 하고 있습니다. 그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요. 그 패러다임을 인식 시키기 위해서 그쪽에 대한 칼럼을 쓰려고 합니다.
과거같은 비판과 역사주의가 사라지고 있고 탈 역사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
과 과거 좌파 비판을 가능하게 했던 전제조건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등에 대한
것이죠.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도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 할 것입니다.
다요기: 레디앙은 진보매체면서 정치 매체 아닙니까?
진중권: 넒은 의미에서 정치 이야기만 하겠습니까? 정치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
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너무 많이 쏟아냈던 것 같습니다. 내
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생산적으로 기여할 방법이 있는데 굳이 정치 이야기로
힘 뺄 필요는 없다는 거죠.
앞으로는 토론회에서 보기도 힘들 겁니다. 학자로 돌아가서 글 쓰고 내가 생각해서
생산 하는 문제의식이 있을겁니다. 생산적으로 창조적으로 기여할 방법이 있고 해
야 할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미디어 미학이나 기술 미학이나 이런 것에 관해서도 할 일이 많죠. 우리나라는 IT,
BT, MT 이런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현대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그 안에서 정치적 문제의 지평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이고 그 속에서 진짜 진보는 어떻게 나갈 것이냐? 그걸 이념적으로 고민하는 일
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요기: 사회 전체에 번진 짝퉁 문화가 정치계에도 번진 것 같습니다. 진짜 진보,
진짜 보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중권: 과거처럼 투쟁을 앞세우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좌든 우든
상호간에 합의해야 할게 있는 거죠. 서유럽은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다 합의를 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큰 정부 작은 정부 이런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우리는 교육이고 의료문제고 제대로 되는 게 없어요. 현재, 빈민층 사회 보호 장치
도 없는데 큰 정부니 작은 정부니 이런 이야기 나온다는 건 우스운 일이에요.
한 게 뭐있다고 큰 정부냐 이겁니다.
큰 정부니 작은 정부니 할 게 아니라 항상 적절해야 하고 생산적인 정책 대결을
해야 합니다. 양극화는 문제가 다 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한 정책 방향의 생산성
창의성 이런데서 경쟁을 하자는 거죠. 보수적 색채와 진보적 정책이 있는데 어느
게 더 생산성이 있느냐 그 걸 가지고 논쟁을 하고 경쟁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분배를 주장하면 빨갱이라고 해요.
분배도 돼야 하고 성장도 해야 합니다. 분배 없는 성장을 하자고 하는 사람이 어
딨습니까? 그걸 합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뭐냐면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분배가 성장을 가로막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사회적 양극화가 문제가 되
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 패러다임이 인건비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는 거죠. 기술
혁신을 통해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맡는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경쟁력이 강화
될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게 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중국 같으면 경제가 성장하면 곧 고용도 성장으로 가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
해요. 미래사회는 산업 자체가 고도화 됐으니 경쟁력을 갖는다는 건 첨단 산업
도입이 필수가 되고 결국 일은 기계로 넘기고 고용 창출 효과는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걸 어떻게 메꾸느냐 하는 이런 합의가 있어야지 성장이냐 분배냐 둘
중에 택해! 이런 가짜 논쟁들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SBS전망대 진행자 '진중권' 인터뷰! 1부 끝.)
다요기 특종취재단 (www.dayog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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