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복 이전에 몽고 통일과정에서 다른 부족을 희생시킨 징기스칸을 동족살인자로 평가하여 처형 받았어야 한다는 식으로 따지는 몽고인이 있던가.

만일 그랬다면, 징기스칸은 세계정복의 위업을 이루기도 전에 이미 없었을 것이다.

자무카의 방계 후손조차 징기스칸을 살인자라며 비난했다는 소리가 없었고, 심지어 징기스칸의 후손에게 백년간 굴욕을 당한 고려의 후예인 우리민족조차도 징기스칸을 우리민족의 원수요 세계적 살인자라고 비하하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런가. 위대한 상징에는 이성적 분석보다 야성적 감동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난 지만원 박사를 존경한다거나 그 양반과 잘 알거나 사이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할 이유를 찾기보다는 따지기 좋아하는 근성에서 약장수나 교주로 여길 정도로 싫어한다.

그러나, 그 분의 5.16 예찬에는 웅혼한 기상을 느낄 정도로 매우 가치 있게 받아들인다.

좌익들은 언제 5.18을 광주폭동사태라며 비하하던가?

6.15를 이적반역행위라고 하던가? 10.4를 매국폐륜행위라고 하던가?

심지어 4.19조차도 자신들의 영역으로 포함시킨 그들이다.

반면, 우익은 뭔가?

뭔가 똑똑한 척 하는 인간들은 꼭 학문적 정의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5.16에다 쿠데타란 말은 꼭 붙인다.

그런 학문적 잣대는 왜 5.18의 명칭에는 갖다대지 않는가.

좌익은 그들의 반역행위조차도 최상급 명칭으로 신성시하고, 불가침의 영역처럼 키워서 상징화한다.

개판 친 짓거리조차도 나쁘게 인정하기 보다는 그 짓거리 속에 깃든 야성의 불씨를 살려서 나중에 뭔가 불길을 당길 끈덕지로 쓸모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우익은 액션영화로 리바이벌해도 될 우파적 웅거의 호쾌한 스릴꺼리조차도 딱딱한 기준으로 보아서 탐탁치 못한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인정 못하는 알레르기성 순혈주의 때문에 야성의 불씨를 당기는데 쓸만한 이벤트 꺼리가 없다.

이런 식의 순혈주의는 싸움에 이겨도 미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챔피언 타이틀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우파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치세기간 동안 권력을 휘두르고 대접 받았던 속칭 ‘기득권자’로 이루어진 집단은 아니다.

오히려 탄압 받았던 사람도 다수 있을 정도로 그 당시 정부와 권력적 유착관계에서 소원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 잘 나갔든 못 나갔든 그분들의 비전만큼은 우파적 지표가 되기에 지금 시대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를 굳이 폄하할 이유가 있는가.

애국우파운동이 본격 출범할 때부터 무슨 노래를 불렀던가? 주로 6.25 노래, 조국찬가 같은 노래 아니었나?

좌파에 비하여 시위문화가 일천했던 만큼 흥분을 일으킬 소재 중 제일 좋은 게 그런 노래들 아니었나?

그렇다면, 역사적 사실에 있어서 ‘5.15 군사혁명’, ‘10월 유신’, ‘12.12 작전’, ‘5.17 조치’ 같은 호쾌한 스릴을 빼버리면, 우파는 무슨 사건으로 흥분하고 감동할 것인가 함이다.

맨날 구구절절이 옳은 공자님 말씀 같은 연설 지긋지긋하게 듣고 나서 마지막에 저린 다리로 일어나서 대한민국 만세 부르는 밋밋한 행사만 할 것인가.

그래,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우파가 좌파에 비하여 편파적으로 당했던 억울한 사례 폭로만 할 것인가.

좌익들이 우익들에게 전혀 겁먹지 않는 이유가 뭔가?

간단하다. 우파는 흥분해봐야 폴리스 라인 안에서만 논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폴리스라인을 뛰어넘을 강력한 야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설령 그런 야성을 기진 사람이 나타나도 ‘무리의 이성’으로 스스로 제압해버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좌익처럼 폴리스라인을 넘어 쇠파이프 휘두르고, 화염병 던지다 도망치면 이를 보호하여 야성의 불씨를 존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그러한 열정을 죽이고 나서 잠잠해진 후 그냥 집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야성을 불러일으킬 소재가 부족하니 열혈청년혁명가가 탄생할 리 만무하고, 극단적 행동으로 의기를 표출해도 이를 불법이라며 스스로 잡아서 갖다 바칠 정도로 극우파가 출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성은 남아돌고 야성은 결핍된 상태에서 5.16 같은 야성적 웅거조차 스스로 폄하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야성은 좌익의 특권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그들의 脫 폴리스라인은 대부분 정당화 되는 반면, 우파는 씨알 먹히지도 않을 사소한 표현 가지고 아웅다웅 따지다가 저들의 코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우익에게 웅혼한 감동과 열렬한 흥분을 줄 역사적 쾌거를 스스로 폄하한 결과인 것이다.

우익 역사에서 감동과 흥분을 줄 부분을 버리면 좌익을 이길 수단이라고는 딴에는 예리한 척하는 쪼잔한 말싸움과 거짓과 왜곡의 향연 속에 수다싸움 하는 선거 밖에 더 있는가.

그런 선거는 이겨봐야 실권은 저들의 손에서 노는데 말이다.

그래서 말하고자 한다.

까짓 것 4.19 같은 야들야들한 것은 저들 좌익에게 그냥 줘버려라.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러나, 5.16 같은 굵직하고 웅혼한 것은 반드시 우리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탱크까지는 아니라도 덤프트럭과 중장비라도 몰고 돌진할 기관차 같은 야성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겠는가.

어쩌면 책사라곤 눈 씻고 봐도 없고 율사는 발에 체일 정도로 넘쳐나는 우파에게는 씨알도 안 먹힐 푸념인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5.16을 폄하하다간 감동꺼리 없는 우파는 경로잔치로 전락하다가 자연도태 할 위험이 아주 높다고 본다.

‘정치적 성공은 군사적 영광에서 나온다’는 기괴하도록 웅혼한 소리가 얄팍하게 먹물 입힌 잣대로 수다쟁이들이 5.16을 재단하는 작금에 왜 이리 절실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끝>

PS : 참고로 필자는 박근혜를 반대하는 사람이며, 그 주된 이유는 박근혜가 5.16의 정서와 상반되게 처신하기 때문이다.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