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장거리 남침땅굴에 대하여 부정적인 사람들이 항상 내세우는 첫 번째 이유가 환기문제다.

지하수 나오면 포기하고 지하수 안 나오는 곳으로 뚫으면 된다.

그러나, 작업하는 사람이 호흡할 산소를 공급하고 탄산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 다른 방안이 없다.

사람들은 바로 이 환기문제를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들어 장거리 땅굴의 불가능성을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정말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수직 통풍구를 계속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될까?

필자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다. 수십 킬로미터의 긴 터널의 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며칠 전 갑자기 뭔가 ‘아차’하는 것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인지 해양심층수를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가령, 해수면 위 1m 높이에서 수심 300m의 심층수를 끌어올리는데 얼마만한 힘이 들까?

정답은 301m 끌어올릴 힘이 아닌 수면 위 1m 높이만 끌어올릴 힘이면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해수면 위 10m 높이에서 수심 1m의 물을 끌어올리는 게 더 힘 든다는 것이다.

바로 수면 위 10m 높이로 끌어올릴 힘이어야 하니까.

즉, 수심은 관계없고 수면 위 높이만 문제될 뿐이라는 거다.

이를 땅굴에 적용하면, 10km의 땅굴 속에 공기를 공급하는 것도 간단하다.

환기가 불가능하다는 발상은 땅굴을 다 채울 공기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땅굴 속과 파이프 속에 공기가 있으므로 땅굴을 다 채울 정도의 공기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숨 쉴 산소공급은 그냥 파이프로 공급해주면 된다.

공급한 만큼만 공기가 빠져나온다고 보면 된다.

10m나 10km나 공기를 공급해주는 양은 동일하고, 공급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똑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착각에 빠질까?

이는 짧은 대롱을 입으로 불면 바람이 술술 빠지는 것 같은데, 긴 대롱을 입으로 불면 숨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데서 생긴 감각적 착각 때문에 논리까지 착오를 일으킨 거다.

대롱을 입으로 불 때, 대롱 속의 공기압력은 대롱 바깥보다 높은데, 그렇게 대롱의 압력을 높이는 데는 분명히 짧은 대롱이 수월하고, 긴 대롱은 길이에 비례하는 부피 때문에 대롱 내의 압력을 올리기가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냥 같은 바람이 새는 데는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풍선 주둥이에 짧은 대롱을 연결하나 긴 대롱을 연결하나 바람이 빠지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같은 양의 공기를 내뿜는데도 압력을 올려서 뿜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착각을 초래한 것이다.

공기파이프가 길면 최초의 압력을 올리는 데만 시간이 걸릴 뿐, 그 이후엔 동일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환기문제로 장거리 땅굴이 불가능하다는 발상은 ‘해보지도 않고 문제만 제기’하는 백면서생의 착각임을 알라는 것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