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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만이 살 길이다?

재건축아파트의 소형평형비율을 60%까지 적용토록한 정부의 9·5 부동산 안정대책이 나온 이후 한달도 안돼 주춤했던 서울 강남 의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부산 등 지방 대도시의 아 파트값마저 움직이고 있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곳도 계속 늘고 있다.

부동산은 이제 고수익과 고위험이 병존하는 투기가 아니라 위험 은 전혀 없으면서 대박만 보장해주는 가장 안전한 투자로 자리잡 았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국민의 정부 시대에 내수 를 진작하겠다며 부동산투기를 조장한 탓도 있지만 참여정부 들 어서도 투기를 잡겠다며 내놓는 대책들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이 주된 원인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지난 봄 부동산투기로 여론이 악화되자 “앞으로 투기꾼이 물가상승률 이상의 과도한 이득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 겠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 때 이 발언이 부동산투기를 잡겠다 는 뜻보다는 “물가상승률 정도의 이익은 보장되도록(손해는 안 보도록) 하겠으니 안심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사실 그 이후로도 부동산은 계속 오르 기만 하고 있으니 잘못 들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국민들도 노대통령의 이 ‘사인’에 ‘부동산불패론’으로 화답 을 하고 있다. 지난달 한 재테크전문교육업체가 전국 성인남녀 1 1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을 묻는 질 문에 부동산이 77.3%로 가장 높았으며 금융상품이나 주식은 11.4 %, 8.2%에 그쳤다. ‘10억원이 생길 경우 투자처’에 대한 질문 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10명중 8~9명 꼴인 84.8% 였다. 앞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있었던 재테크 선호도 조사에서도 부동산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해 우리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느낌이 었었는데…. 요즘은 전 국민이 아파트 2채이상 갖기, 펜 션이나 상가에 투자하기, 농촌에 땅 사놓기 등 부동산에 투자하 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70년대 ‘수출입국(立國)-수출만이 살 길이다’의 열기가 21세기 에 ‘부동산입국(立國)-부동산만이 살 길이다’로 변해서 되살아 난 듯하다. 가계와 기업의 잘못된 투자행태를 바로잡고 돈의 물 꼬를 제대로 터줘야 할 정부마저 부동산경기가 식으면 경제전체 가 위험해진다는 논리로 ‘부동산만이 살 길’이라는 태도를 보 이고 있으니 말이다. 부동산이 우리를 먹여살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라도 선진외국처럼 제대로 걷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 우리의 1인당 조세부담률은 일본보다 높고 미국과 비슷하지만 월급쟁이 세금만 선진국수준으로 걷지 말고 부동산세금도 선진국수준으로 걷자는 것이다.

지난해 걷힌 부동산 관련 세금은 모두 18조7300억원. 이중 재산 세 등 보유세는 약 3조5000억원, 취득세 등 거래세는 15조2300억 원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의 부동산보유세율은 시가기준 으로 선진국의 10분의 1~23분의 1 수준이다. 보유세를 외국처럼 걷고 대신 거래세는 3분의 1 정도로 낮춘다면 부동산관련세금은 40조~85조원이 된다. 지금보다 21조~66조원 늘어나는 것이다. 우 리의 내년 예산이 117조원이니 제대로 걷힐 경우 부동산관련세금 이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태풍 ‘매미’로 인한 복구비, 농어촌문제, 청년실업대책, 노령자대책, 결식아동문제,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저소득층 복지 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 뿐이랴. 부유 한 사람이 세금 많이 내면 서민들이 애국자라고 존경하게 되고 가진 사람들에 대한 위화감도 해소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테니 일석삼조 아닐까. 정부에 부동산 관련 세제 정비를 촉구한 다.

/ 이시영 사회2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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