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피살 가능성 높다" 21일 보고 받아
[한국일보 2004-06-30 18:08]
정부는 김선일씨 피랍사실이 알려진 첫날부터 무장단체가 김씨를 살해할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현지로부터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또 이 무장단체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군을 이용한 구출작전까지 구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처음부터 이 정보를 바탕으로 김씨 구출가능성이 낮다고 오판, 파병방침 재확인 등 강경책을 고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29일 “김씨 피랍사실이 알 자지라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진21일 오전 이라크 현지에 파견된 자이툰부대 선발대 고위 관계자가 역시현지에 나와있는 미 국방정보국(DIA) 소속 테러전문가 찰스 번팅씨와 접촉,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의 과격성 때문에 처형 가능성이 높다는 상황판단을 듣고 본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번팅씨는 한국측 관계자에게 “김씨를 납치한 조직이 알카에다와 관련된알 자르카위조직 분파인 ‘유일신과 성전’(타우히드 지하드)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조직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이라크 내 모든 이단 세력을 몰아내고 이상주의 이슬람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여서 몸값 협상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측 관계자는 이에 따라 “조직 성격과 과거 전례를 보아 협상이 어렵고 피랍자가 처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김씨 피랍사건 직후 외교통상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대책반은 이 정보 때문에 처음부터 김씨 신병협상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영진 외교부 차관은 2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희망이 보인다’고 보고,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한편 이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현재 미군측과 접촉, 김씨 구출작전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주이라크 대사관을 통해 이라크임시행정처(CPA)에 요청하고, CPA가 이를 다국적군사령부(MNF-I)에 다시 요청하는 방식으로 김씨 구출작전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김씨가 피살되는 바람에 실행에 옮겨지지는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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