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깊이 통찰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하루 앞을 전망할 수 없네!"라고 걱정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걱정을 하는 편이면서도 대한민국의 멸망까지 상상하지는 않습니다.
그 소박한 ― 유치한 초등학교 수학실력 수준의 ― 근거를 든다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가. 우리 큰머슴 노무현씨가 옹고집을 버리고 제 정신 차릴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도 대체로 정신이 온전한 쪽이기는 했지만 100%는 아니었고 60% 내외만 정상적인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나. 북쪽동네 꼬마대장 김정일이가
"우리도 이 정도로 진짜 민주주의공화국이 됐습네!"라는 점을 미국과 유엔 회원국에 보여주려고 비밀투표에 의하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화 같은 공상이긴 하지만.
국방위원장이 국가 최고지도자 행세를 해온 비정상적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반성하고, 국가최고지도자<주석>도 선거로 선출할는지도 모릅니다.
측근 중에서 출마자를 여러 명 나오게 허용한 후, 종전의 흑백투표함을 집어던지고 형식적으로나마 비밀투표로 선출하는 제도를 궁리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너무나 기적적인 이 선언을 도대체 어느 날 할 것인가, 그 날짜를 잡느라고 요즘 낑낑거리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드는군요.
* 가 : 옹고집을 버리지 않으면 파멸이 올 것임을 모를 정도의 지능은 아니므로.
* 나 : 북한이 "종합적으로 웃기는 가짜 민주주의국가"라는 자각,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적 조롱거리로 천대받는 처량한 모습"에 대한 수치심은 김정일도 품고 있을 것임
* 북한을 우리 헌법상 "국가"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편의상 "국가"로 간주함.
2.
이 나라의 건강한 젊은이들 중에서 최근, '저질 진보주의자'와 '악질 사회주의자'들을 경멸하는 풍조가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황태연 교수 같은 소수의 건강한 지식인들이 다수의 병든(천치, 광인 비슷한) 지식인들을 송곳침으로 치료하여 제 정신을 차리게 만들 것이며, 그 결과 이 나라를 지키려는 국내외 출신 파수꾼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양계의 한 별인 이 지구에 아래의 대표적 파수꾼들이 버티고 서서 그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한, 대한민국은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이하, 가나다순임
김덕홍,
김동길,
김만철,
김진홍,
남신우,
남주홍,
박홍,
서정갑,
송복,
신혜식,
양동안,
이도형,
이석연,
이철승,
임광규,
정의채,
조갑제,
지만원,
최성재,
황장엽!
이 찬란한 별(파수꾼)들!
그리고…
노무현씨보다 몇 백 배 몇 천 배 북한동포를 사랑하면서 그 운명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북한인권운동을 전개하여 온 ― 국내외 좌익분자들의 온갖 오해와 협박을 받으면서 북한동포 해방을 위해 굳세게 전진하는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Norbert Volletchen)!
그리고…
10여년 전, 한국학 연구를 위해 한국에 입국할 때 한국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의 민족차별 대우에 놀랐는가 하면, 한국학 관련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한두 달쯤 더 한국에 체재할 필요가 있어서 체재 연장수속을 하려고 만난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준법사상이 너무 지나쳐서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뜻을 못 이루고, 이 나라를 11월 초순에 섭섭한 마음을 품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터키인 여자 유학생 아크프나르(S. F. Akpinar)!
이들 두 외국인을 포함한 위의 모든 파수꾼들은 온갖 상처를 마음 밭에 입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이 별난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여 왔습니다. 아크프나르도 노여움을 풀고 언젠가 한국에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
저는,
이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파수꾼 명단에 황태연 교수를 추가합니다.
오늘 날짜의 조선일보 A30면의 [아침논단]에 쓴 [반지성(反知性)의 지배]라는 글을 읽었기 때문에 이런 판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이 이 분의 여생에서 두루 통용될 [평생 패스포트]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봅니다.
이 나라의 현재와 장래를 걱정하는 이 글, 그 중에서도 특히 핵심문장이 많은 전반부의 여러 문장들에 크게 공감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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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反知性의 지배] 全文) ■
[아침논단] 反知性의 지배
황태연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04.11.24 17:49 51'
왕조를 바꾸는 ‘역성(易姓) 혁명’과, 백성을 괴롭히는 임금을 내쫓는 ‘반정(反正)’은 우리나라와 중국 정치의 면면한 전통이었다. 이 전통 때문인지 대한민국에서도 반세기 만에 네 명의 대통령이 혁명과 정변으로 추방되었다. 이 초법적 사건들에 비하면 16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지극히 합헌적이고 순리적인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탄핵소추를 ‘제 아비를 내쫓는 패륜’으로 욕하며 선출된 대통령을 천륜관계의 ‘아비’와 등치시키는 망언이 난무했다. 민주헌정과도, 전통과도 인연이 없는 이 무지몽매한 논리는 일제가 강요한 천황(天皇)사상 외에 다른 출처가 없는 식민 잔재이다.
탄핵 발의(發議) 직전부터 두 TV방송은 편파 영상의 융단폭격으로 이 ‘일제 논리’를 확산시켰다. 일찍이 아도르노가 갈파한 대로, 특정 ‘이미지’의 반복 주입으로 사고(思考) 작용을 정지시켜 대중을 몽매화하는 반지성적 ‘영상 테러’는 단기간에 세상을 뒤집는 효과를 몰고 왔다. 법원은 탄핵방송의 편파성에 대한 동아일보 보도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지난 11월 10일 판결로 영상 테러의 이 가공할 위력을 공식 확인했다. 현 정권은 이 반지성적 이미지 테러로 환생했다.
반지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도’를 천도가 아니라고 우기고, ‘좌파’가 아니라고 우격다짐하는가 하면, (‘직선제’만을 민주제도로 보는 무지에서) ‘간선’ 헌법재판관들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관습법을 부인하며 ‘사법 쿠데타’ 등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폭언으로 헌재를 공격해 댄다. 이것은 그야말로 ‘반지성의 지배’다.
무릇 헌법은 국명, 국가(國歌), 국화, 국어, 영토, 수도, 체제, 기본권, 권력구조 등을 비롯한 국가의 상징·이념·골격에 관한 규범을 말한다. 형태상 불문헌법과 성문헌법으로 구별되지만, 이 구별은 상대적이다. (가령 영국의) 불문헌법도 (대헌장, 권리장전 등과 같은) 성문법전을 배제하지 않는 반면, 성문헌법도 체계상 결함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헌법관습법’으로 보완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반 헌법교과서들이 공히 피력하는 논지이고, 헤세, 후버, 크뤼거 등 해외 저명학자들도 대변해온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그런데 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머리 좋은 법률가가 많은 집권당이 이 헌법관습법을 ‘처음 듣는 이론이다’ ‘전혀 배우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한다’ ‘파시스트 법리다’라고 반지성적 막말을 해대는 것일까? 이들이 접한 1970년대 초반 교과서엔 혹시 헌법관습법론이 없었기 때문인가?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에 출판된 한태연·김철수 교수 등의 1973년 교과서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교과서도, 머리도 탓할 수 없다면, 저 집단적 무지의 유일한 원인은 자기 지식의 완전성을 믿는 ‘지적(知的) 오만’일 게다.
신 외에는 지적으로 완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적 겸손’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고대 희랍 델피 신전의 경구가 가르친 것은 이 지적 겸손이었다. 이를 체득한 소크라테스는 자기 무지를 깨달은 참된 지성인이었던 반면, 당시 그를 배척하던 소피스트들은 자기 지식의 완전성을 자부한 점에서 실은 오만한 반지성인들이었다.
이념적 당파성에 사로잡혔던 20세기 공산국가는 ‘공산당의 무오류’를 우격다짐하며 진리를 배척하는 오만한 ‘반지성의 세계체제’를 구축했다가 자멸했다. 어느 정권이든 지적으로 완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겸손하기만 하다면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당파성 때문에 지적 오만에 빠지면 천재도 둔재가 된다. 이것이 바로 현 정권이 반지성으로 지배하려 드는 이유인 것이다. 이들은 저 ‘델피의 경구’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1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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