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잠실 주경기장 옆의 보조경기장에서 제32회 함남도민의 날 체육대회가 열렸다. 고향 함경남도의 각 시군에서 모인 중년 노년층 사람들이 10시경에 스탠드를 꽉 메웠고, 스탠드의 반대쪽인 본부석 쪽에는 수백명의 20대 30대 기수단과 선수들이 도열해 있었으니 참석 인원은 2천명 내외가 되는 성대한 잔치였다.
대형 애드벌룬 두 개를 띄운 가운데,
제1부 순서가
1. 임원선수 입장
2. 개회선언 ∼
∼
10. 선수 선서 및 우승기 반환
11. 임원선수 퇴장 등
약 1시간 20분 동안 계속되었다.
임원선수 입장이 진행될 때 내 앞을 지나가는 기수단의 기에 [단천]이란 지명이 보이니 눈물이 와락 나오려 했다.
내가 감탄한 것은 이 대회에 참석한 함경남도(1945년 8월 15일 당시)의 3개시 16개군 기수단과 선수들 중에서 우리 단천군 청년들과 북청군 청년들만 제1부 순서가 시작된 시각부터 끝날 때까지 땅바닥에 주저앉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분 좋았다.
다른 군과 시에서는 높은 사람들 연설이 지루해서 땅바닥에 주저앉은 청년들이 1/3 내외는 되었다.
연설 중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으신 연사는 송파구 출신 국회의원이신 맹형규 의원이었다. 간단하면서도 명백한 논조로 시국을 말하였기에 이북 출신들이 열렬한 박수를 쳐 줄 수밖에.
제2부 순서인 '북청사자놀음'과 '돈돌날이' 시연 중에서는 '돈돌날이'의 음악이 박력있는 민요 리듬이어서 듣기 무척 좋았다. 이 프로가 끝나고, 제3부인 체육행사 중 육상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탈북 여성 두 명이 우리 좌석에 와서 앉았다. 조◎◎이라는 여인은 "조씨 성을 가진 작은아버지(6.25때 월남한 숙부)를 찾습니다."라면서 단천군 팻말이 있는 스탠드까지 찾아온 것이었고, 차◎◎라는 여성은 1996년에 허천군 출신인 조◎◎와 함께 탈북을 감행한 [탈북동지]로서 이 자리에 동행한 것이었다.
올해 61세라는 차◎◎는 남편이 죽은 후, 하나뿐인 자식인 딸과 함께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량강도의 혜산 근처 압록강을 건너 탈북하였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비용을 마련한 후, 베트남 → 캄보디아 → 태국을 거쳐 2002년에 입국했다는 것이다.
차◎◎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인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국군 포로가 되었다 한다. 그런데 이 아버지가 전사하지 않고 국군포로가 된 사실을 휴전 협정이 체결된 후 포로명단을 남북한이 상호교환할 때 받아보고 확인하게 된 강원도 통천군 인민위원회는 차◎◎ 가족들을 30리밖에 이동하지 못하도록 금족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 한다. 아버지의 반동분자 죄 때문에 두 번이나 감옥살이를 한 바 있는 어머니는 딸(차씨)을 데리고 재가한 후 고향 통천을 떠나, 단천시 검덕구에 살면서 함경남도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생선장수를 해 먹고 살았다고 한다.
생선장수를 할 때, 우리 고향 단천에도 자주 가 보았는데, 고향 광천면은 비교적 잘 사는 동네로 보여졌다고 말하여 나를 기쁘게 했다. 예전에는 우리 고향이 [단천군 광천면]이지만 지금은 [단천시 광천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차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획득한 후 아버지를 찾아보니까 남한에서 아내를 맞아 살다가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외가집이 있는 운천과 세계적인 마그네사이트 광산으로 유명한 검덕광산 등을 아는 것을 보니까 연변 조선족이면서 가짜 탈북동포 행세를 하는 부류는 아님이 분명했다.
차씨에게 "정확한 내 고향 주소는 단천군 광천면 용잠리인데, 용잠리에 나무들이 예전처럼 무성하던가요?" 하고 물었더니
"용잠리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운천이랑 광천구는 검덕광산 쪽보다는 나무도 많고 잘 사는 동네 같았어요."라고 대답해 주어서 고마웠다.
종합 성적으로 혜산군이 3년 우승하여 우승기를 영구 확보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줄다리기 결승전이 3시 정각에 끝나고, 시상 및 경품 추첨에 약 30분이 더 이어졌는데, 3시부터 스탠드의 여기 저기 좌석에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까지 자리를 지킨 군이 있었다.
"물장수를 해서라도 서울에서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전통으로 유명한 북청군이었다.
청년들은 단천군과 북청군이 막상막하였지만
40대 이상의 어른들도 질서를 철저히 지킨다는 점에서 북청군이 단연 우세한 셈이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북청군의 지도자들 영향력이 열매를 맞은 결과일 것이다.
//0504017해//
154703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