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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곳곳 조작 의혹 "누가? 왜?" 궁금 증폭

[헤럴드경제 2005-07-28 11:41]

검찰 불법 도청 수사 전방위 확대 예고
테이프에 삼성ㆍ홍석현만 나왔을까

DJ가 말한 재벌관련 언급 없었을까

삼성 돈 받은 검찰간부는 가상 인물

`안기부 X파일`사건 곳곳에서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며 검찰의 수사 범위도 대대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유출된 불법 도청 테이프는 물론 남은 게 있다면 보관 테이프를 모두 수거해 조사하겠다며 조작 가능성 확인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하고 있다.

▶곳곳에서 제기되는 조작 가능성=처음부터 의문의 출발점은 공운영 전 미림팀장이 유출한 200여개 도청 테이프 중 왜 하필 `삼성-홍석현 테이프`만 나왔을까 하는 점이었다.

여기에다 녹취록 요약본의 이야기 전개상 삼성의 기아차 인수지원 발언을 한 당사자가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아닌 김대중 후보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은 "DJ 측도 수사 대상이 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해 검찰의 DJ와 DJ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DJ의 재벌 관련 언급이 녹취록 요약본에 누락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안기부 내부 문건 중 DJ에 불리한 대목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 누락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요약본에는 삼성이 이회창 후보 측에 전달했거나 전달하려 한 돈의 액수가 언급돼 있지만 DJ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이는 돈의 액수는 전혀 알 수 없도록 돼 있고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검찰 간부 3명이 실존 인물이 아닌 것으로 검찰 내에서 밝혀지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까지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조작설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은 "현재 불법 도청 테이프가 남아 있다면 이를 모두 수거해 살펴보겠다"고 말했고,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재미교포 사업가 박인회 씨를 조사 중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수사 초기 단계인 점을 강조했지만 이미 의혹이 불거질대로 불거진 가운데 검찰의 수사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에 긴급 체포된 재미교포 박씨와 접촉했다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천용택 전 안기부장도 도청 테이프가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 씨에 의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편 국정원은 94년 미림팀 재건 및 지휘 책임자로 알려진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 등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미림팀의 보고 선상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조만간 출금 조치를 할 것으로 알려져 검찰과 국정원 수사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권력 실세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조작은 누가 왜?=날이 갈수록 조작 가능성은 농후해지고 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찰 간부 10명 가운데 K, S씨 등 3명은 실존 인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삼성의 기아차 인수지원 약속을 해준 인물이 애초에 알려진 대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아닌 김대중 당시 야당 후보였다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X파일을 중간에 손에 넣었던 누군가가 테이프와 녹취록 등에서 DJ에게 불리한 부분을 일부러 빼고 내용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테이프와 녹취록을 언론사에 넘겨 세상에 알려지게 한 재미교포 사업가 박인회 씨가 첫 번째 대상자로 지목된다.

지난 99년 박씨가 삼성그룹을 협박하던 당시 DJ 정부는 삼성 및 중앙일보 등과 껄끄러운 관계였기 때문에 박씨가 고의로 DJ에게 불리한 내용은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씨는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에게 문제의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의 존재를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씨가 박 전 장관 및 당시 정권 실세 등의 도움을 받고자 그들의 입맛에 맞춰 알아서 녹취록을 조작했다는 추정이다.

DJ 정부 실세들이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 박씨를 통해 테이프의 존재를 알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들을 없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유출시킨 공운영 씨와 박씨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넘어갔다는 점이 그 근거로 얘기된다.

안기부로부터 직접 도청 테이프를 복사해 보관해 오던 공운영 씨가 테이프와 녹취록을 있는 그대로 박씨에게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박씨가 처음부터 "삼성과 관련된 도청문건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던 것이니 만큼 DJ 관련 내용 등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편집해서 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정일ㆍ정은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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