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UNDP자금으로 해외 부동산 구입` [뉴시스]
워싱턴포스트 보도 북한 정권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지원자금 약 300만 달러를 유용,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미 국무부의 수사결과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의 잘메이 칼릴자드 UN대사는 지난 6일 케말 더비스 UNDP 총재에게 UNDP 대북지원자금에 대한 미 국무부의 자체 수사 보고서를 제시했으며, 여기에는 북한 정부가 UNDP 자금을 빼돌려 해외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혐의와 함께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북한의 UNDP 자금 유용혐의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WP는 이번 수사를 지휘한 마크 월리스 미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의 말을 인용, "북한이 UNDP 자금을 이용해 군수물자로 '이중이용(Dual Use)' 될 수 있는 장비들을 다수 구입했다"며 "여기에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컴퓨터 및 컴퓨터 관련 부품, 질량분석계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의 보고서는 또 "북한정부가 UNDP자금을 통해 '무기 통제 및 무력화'에 관한 도서 29권을 구입했으며 이 중에는 '핵확산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Nuclear Proliferation)'이라는 책도 포함돼 있었다"며 "UNDP가 북한의 도서구입 내역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고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자체감사를 통해 대북지원사업 진행과정에서 일부 자체규정 위반이 있었음을 인정한 UNDP는 미 국무부로부터 보고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개월동안 철저한 자체 감사를 실시했지만 이 같은 혐의 내용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부정하면서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미 국무부의 보고서 내용은 우리 측 감사결과와 다르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UNDP는 대북송금자금의 액수와 관련해서도 의견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UNDP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송금했으며 이중 최소 280만 달러가 유럽, 뉴욕 등지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관리들에게 전달돼 건물과 가옥을 사는 데 쓰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UNDP측은 "지난 10년간 대북지원사업을 위해 송금된 돈은 약 220만 달러에 불과하며 북한 정부가 해외부동산 구입자금을 어떻게 얻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자금은 북한지원사업에만 쓰여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또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약 270만 달러에 달하는 UNDP 자금이 북한의 '탄촌상업은행'과 연계된 금융기관에 송금됐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촌상업은행은 지난 2005년 부시 행정부로부터 북한 정부의 대량학살무기 거래 관련 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아직 이 보고서의 내용과 이를 근거할 만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미 의회의 일부 직원들은 이번 수사결과를 브리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 국무부가 제기한 이번 UNDP 대북지원자금 유용의혹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 문제를 놓고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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